EMW 계열사 EMW에너지(대표 류병훈)가 세계 최초로 공기아연 이차전지 개발,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상용화한다. 공기아연으로 일차전지가 아닌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MW에너지는 지난 2015년 10여년 연구개발(R&D) 끝에 공기아연 일차전지 상용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이차전지는 약 350회 충·방전 사이클을 확보, 1kW급 배터리팩 시제품으로 만들었다.

재충전이 가능한 공기아연 이차전지 상용 제품이 나오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 야간에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아연 이차전지는 현재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전지 자원 제약 문제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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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W에너지의 공기아연전지 상용 제품 '에이터너스' (사진=EMW에너지)

공기아연전지는 공기 중 산소와 전지 내부 아연 금속을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연 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전지를 말한다.

전지 내부가 음극으로만 구성돼 있어 양극과 음극이 들어가는 기존 전지 대비 용량이 두 배다. 수성 전해액을 사용해 총에 맞거나 불에 넣어도 폭발하지 않는 안전성이 장점이다. 공기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자체 방전이 거의 없어 5년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리튬과 달리 지구상에 흔한 물질인 아연으로 제작돼 안정 공급이 가능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공기아연전지는 오래 전부터 격오지 철도신호기나 바다에 떠있는 부표에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쓰였다. 음극을 얇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된 이후에나 보청기나 카메라 배터리로도 사용된다.

현재 쓰이는 3세대 공기아연 일차전지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 당시 무전기용 배터리 폭발 때문에 병력을 잃거나 장비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으면서 개발됐다. 현재 3세대 공기아연 일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이스라엘 업체와 EMW에너지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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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W 인천사업장에서 직원들이 공기아연전지 '에이터너스' 생산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공재경 EMW에너지 기술이사는 “공기아연 이차전지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셀 항상성 유지를 위해 물을 공급하는 구동부를 만들고 새로운 분리막 소재를 도입, 유의미한 공기아연 이차전지 사이클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가격이 비싸고 폭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가정에서 사용하는데 우려가 있었지만 공기아연 이차전지를 사용하면 화재에도 안전, 가정용 ESS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MW에너지는 우리 군에서 쓰는 무전기용 공기아연 일차전지 배터리팩을 성공리에 개발해 납품했다. 위성용 무전기도 필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제사업자등록번호로 통용되는 던스(DUNS) 넘버를 획득, 미군용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군용 외에도 선박이 조난당했을 때 통신 장비를 구동하거나 자동차 방전시 시동을 걸고, 지진이나 지진해일(쓰나미) 등 재해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시장 수요도 확인됐다. 세계 공기아연 일차전지 시장은 연간 규모가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재해에 민감한 일본에는 이미 '에이터너스'(AETERNUS)라는 상표로 방재용 공기아연전지 제품군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방재안전협회 추천 제품으로 등록되는 등 현지 반응이 좋다.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12V 배터리팩 상용 제품은 110볼트(V)나 220V로 교류(AC) 인출이 가능, 비상시 전력이 끊기더라도 스마트폰 12대를 동시 충전하거나 자동차 시장을 걸고 조명을 약 150시간 동안 켤 수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