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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제언

발행일2017.10.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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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특징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속도, 개인화, 초연결 등이 언급된다. 이 가운데 속도는 어느 시대든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이제는 차원이 다르다. 시장 환경과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서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전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발 모양을 측정하고 디자인을 결정하면 5시간 만에 딱 맞는 신발이 만들어지는 시대다.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가 대표 사례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은 로봇공학·생명공학·나노 등 다양한 신기술과 서로 결합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이다. 길거리, 상점, 가정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개인의 상태와 요구를 파악한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수집되며, 모든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돼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

정부도 이 같은 시대 흐름과 가치 변화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진흥 의지도 매우 높다. 최근 발족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장병규 위원장이 “위원회는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온 정책과 시행 방안에 민간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도록 심의·조정하는 게 핵심 업무”라고 강조한 것도 반길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람 중심의 법과 제도를 사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업자 요건(별정통신사업 등록)을 갖춰야만 사업 진행이 가능한 제약 사항을 고쳐 IoT에 적합한 법 개정이 내년에 추진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최근 만난 기업인에게서 신사업을 전개할 때의 핵심 문제 이야기를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혁신 신산업 육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IoT 테스트베드 사업을 수주하려고 하는데 발주 예정가격에 60%를 맞춰야 그나마 기본 점수를 딸 수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응찰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신기술을 개발했는데 정부 발주 사업에서 처음부터 적자를 봐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답답합니다.”

정부가 발주하는 민간 대상 각종 프로젝트의 최저 입찰가격제에 대한 지적이다. 발주 예정 가격의 60%를 적어 내야 낙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평가 점수가 1~2점 차이로 결정 나기 때문에 최저 입찰 수준인 60% 가격을 일단 수용해야 다른 평가 항목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구조다. 신기술 확산을 위한 목적의 정부 사업에서 기업이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면 정부의 책정 가격을 준용하려고 하는 민간 기업의 입찰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수히 많은 신기술이 체력이 고갈된 상태로 경쟁에 임하게 되고, 그 결과 '기술 경쟁'이 아닌 '자본 경쟁'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평가 항목에 기술과 사업의 독창성, 혁신성, 성장 가능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3년 동안의 업무 수행 실적, 신용평가등급에 의한 경영 상태, 기술 인력 보유 현황 등이 평가 항목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본력을 갖춘 기업만이 적자를 보더라도 정부 발주 프로젝트는 우선 따내고 보자는 식이다. 상당수의 기업은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 법과 제도 개정과 정부의 시장 창출 능력이 필요하다. 정부 발주 프로젝트가 새로운 시장 창출과 함께 창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앞에서 언급한 지인의 제안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정부는 기업이 제안하는 가격 자료를 신뢰하지 않고, 기업은 가격이 깎일 것을 전제해 가격 자료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차라리 외부에 가격검증기관을 지정, 가격은 별도의 점수로 책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소프트웨어(SW)처럼 최소한 최저 입찰 가격이 입찰 예정가의 80%를 담보할 수 있어야 기업이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AI,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영역에 도전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서 최소한 이익을 거둘 수 있어야 다른 시장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가격, 경영 상태, 인력 보유가 자리한 평가 항목 자리에 속도·개인화·초연결 등 혁신성을 담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IoT산업 강국이라는 제대로 된 게임(놀이)을 위해서는 기업이 새로운 혁신 놀이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그 놀이가 제대로 펼쳐질 '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 '터' 위에 기업이 자신의 정보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 때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형희 한국사물인터넷협회장 hhlw@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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