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에 긴급수입제한 가능성 커져 대미 수출 타격 우려

삼성·LG의 세탁기가 미국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이들 제품으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실제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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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 때문에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ITC는 이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해 위원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정했다.

ITC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 LG 세탁기가 세이프가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세이프가드는 덤핑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수입품 때문에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보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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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는 이날 삼성, LG 세탁기가 이 같은 수입품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것이다. 곧바로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것은 아니고, 청문회 등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만큼 실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오는 19일 구제조치(remedy) 공청회가 개최된다. 내달 투표를 거쳐 조치의 방법, 수준을 결정한다. ITC가 12월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구제를 건의하면,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한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세이프가드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ITC 피해 공청회에서 월풀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TC의 산업 피해 판정은 트럼프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지난 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을 대상으로 같은 판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세이프가드 시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미국 의회의 우려에도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트럼프 정부의 심상치 않은 보호무역주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세탁기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순이다. 삼성, LG는 지난해 미국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치 세탁기를 수출했다.


ITC는 다만 삼성, LG가 수출한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대부분 제품을 베트남에서 제조하고 있어 이 규정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