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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골드만삭스 미국 뉴욕 본사에서 우버와 인공지능(AI) 기업 켄쇼(Kensho)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담당한 최고책임자와 관련 부서 임원을 만났다.

골드만삭스가 켄쇼라는 AI 플랫폼을 주가 분석 및 주식 거래에 이용하기 위해 투자한 것은 2014년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 변수가 발생하면 예전에는 애널리스트들이 나름대로 몇 가지 변수를 토대로 예상하지만 사실 갑자기 분석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확한 예측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주 짧은 시간이면 켄쇼가 '한국 주식 시장은 단기간에는 ○○%의 확률로 △△% 정도 하락하지만 99%의 확률로 2~3일 사이에 평균 주가를 회복한다'고 알려줍니다. 걱정 말고 주식을 사라는 의미죠. 켄쇼는 사람이 살펴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변수와 데이터를 훨씬 빠른 속도로 분석합니다. 평소 자가 학습을 통해 어떤 변수가 특정 사안과의 관련성이 더 유의미한지를 계속 스스로 업데이트합니다.”

최근 흐름을 4차 산업혁명이나 뭐라고 부르든 변화는 분명하다. 무엇인가 큰 변화가 발생할 때는 왜 그런 변화가 생기는지, 즉 그 변화의 동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정보)를 AI가 스스로 학습해서 판단(지능)하는 지능화 기술이다. 3000만건 이상의 기보를 자가 학습하고 1200대 컴퓨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 엄청난 규모의 시장 및 금융 데이터에 접근해서 실시간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켄쇼 등이 그 예다.

AI나 데이터 관련 기술은 이미 기업의 경쟁력 및 산업 지형 변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간의 판단과 추론 능력을 모사할 수 있는 AI의 성능으로 말미암아 일자리나 소득 변화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에 근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플랫폼에 기반을 둔 극도의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변화 속도도 시간이 갈수록 빨라질 가능성이 짙다. 실제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시기와 관련된 기업 계획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산업 지형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이나 일자리 대우 및 일하는 방식 등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미치기 때문에 과거 1, 2, 3차 산업혁명 시기와 달리 교육·고용·복지 등 사회 정책 개편도 기술 및 산업 정책 개편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기업과 국민 및 정부가 협력해서 일자리·교육·복지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우려를 미리부터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 합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 26일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그 구심점이 돼 줄 것이다.

변화는 우리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말한 바 있다. 시장 혁신의 기본은 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업과 사회 혁신은 매우 어려워진다. 정부를 포함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파고에 맞서 도전해야 한다. 변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하던 대로 하면서 문제 해결을 망설인다면 경쟁력 키우기는커녕 추종자의 자격조차 잃을지 모른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김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yskim8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