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 뒤 꿈의 고지로 불리는 '벤처1000억클럽(연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이 지난해 말 513개사로 역사상 처음 500개사를 넘어섰다. 2014년 이후 2%대에서 묶인 저성장 고착화 국면 속에서도 벤처1000억클럽 기업운 2015년 대비 39개사나 순증,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물론 값진 성적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 전반이 그야말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작고 강한' 벤처들이 일궈 가고 있는 이런 성장 기록은 우리나라 경제 저력을 발휘할 근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도드라진 것에만 현혹돼서도 안 된다. 지난해 벤처1000억클럽에서 탈락한 기업이 61개사로, 새로 처음 진입한 기업 58개사보다 3개사나 더 많았다. 사실상 첫 누적 500개 기업 클럽 달성에도 탈락한 기업이 42개사나 재진입하면서 만들어 낸 결과다. 신규 진입 기업 58개사도 전년에 비해 늘긴 했지만 그 가운데 업력 10년 미만의 젊은 기업은 14개사에서 11개사로 되레 줄었다.

창업 뒤 10년 이내 벤처는 현재 생존도 어렵고, 늘상 1000억클럽 탈락의 위기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벤처로서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 성장 모델도 위태롭긴 매한가지다. 벤처1조클럽(연매출 1조원 이상 벤처기업) 기업은 지난 2015년 6개사에서 지난해 4개사로 줄었다.

결국 벤처1000억클럽 숫자는 벤처 인증 기업 수가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어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벤처기업 대부분은 현재 생존과 더이상 성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내 성장한계 기업에 다다르는 기업도 나오고 있는 현실을 더 직시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다시 새로운 장관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데이터라도 뒤집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판을 그려야 할 전환 국면에 서 있다. 이전처럼 드러난 성과에 만족하고 자연스러운 증가세에 안주한다면 지금 한국 중소·벤처기업이 안고 있는 성장 고질병과 원인을 제대로 짚고 해결할 수 없음이 더 분명해진다. 겉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Photo Image
'2017년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개막식 모습.<전자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