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이 장기 적자 늪에 빠질 위기다. 정부 재승인 조건에 따라 내년부터 판매 수수료 요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군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수료 매출이 줄어들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내년 4월부터 입점 판매자에게 부과하는 판매 수수료를 기존 23%에서 20%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15년 7월 공영홈쇼핑 개국 당시 이 같은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취급액 5057억원을 기록했다. 출범 첫 해(7~12월) 1500억원에서 3배 이상 많은 취급액을 기록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2015년 -190억원, 2016년 -94억원 2년간 28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5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송출수수료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내년 재승인 심사에서 판매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수익성은 이보다 악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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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공영홈쇼핑 지속 가능 경영 방안 답변서에서 2018년 흑자 전환(매출 7000억원, 당기순이익 22억원)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모바일과 인터넷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제품 및 가격 구성을 다양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관계부처와 공영홈쇼핑 판매수수료를 23%로 유지하는 방안에 관한 협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판매수수료가 20%로 내려가면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공영홈쇼핑의 수익성 개선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영홈쇼핑은 현재 TV는 물론 온라인 쇼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모든 채널에서 100% 중소벤처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경쟁사와 달리 취급 품목에 제한이 있어 판매 상품군 다양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데 공영홈쇼핑은 지난 여름 홈쇼핑 업계에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에어컨을 판매하지 못했다. 국내에 에어컨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앞세워 다른 상품 구매까지 유도하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모객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TV방송 쇼핑을 제외한 별도 공영홈쇼핑 온라인 몰에서는 중소 상품 이외에 대기업제품 판매를 일부 허용해줘서 수익성 개선 여지를 줘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과 상생을 추구하면서 실적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설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안정된 경영 구조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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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