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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3만원으로 대접 받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는데….”

60대 이모씨는 최근 기자에게 합법 성인오락실이 몰락한 데 대해 이처럼 서운해 했다. 그는 “직원이 커피도 타 주고, 늘 손님으로 반겨 줬다”면서 “실력이 쌓일수록 재미도 커져 자주 찾았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이 나이에 롤러코스터를 탈 것도 아니고, 짜릿함을 느낄 만한 게 뭐가 있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성인오락실은 사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강도 높은 규제 탓에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은 성인 게임에서 스릴과 박진감, 짜릿함을 빼앗아 갔다. 컴퓨터와 실력을 겨뤄 최고 아이템을 획득해도 이튿날이면 자동 소멸된다. 고스톱, 포커 외엔 할 만한 게임도 없다.

쇠락의 시작은 10여년 전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였다. 성인오락실은 아직 벌을 서고 있다.

앞으로도 용서 받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 사회는 게임 평가가 지나치게 절하돼 있다. 시간을 허비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는 인식이 너무도 확고하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에 '바다이야기'가 불을 질렀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강한 매질이 성인 게임을 진짜로 나쁘게 만들었다. 수면 아래로 잠수한 불법 성인오락실의 지하경제 규모가 15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겹겹이 둘러친 규제를 뚫고 음지로 스며든 것이다.

합법 성인오락실 빈자리까지 불법 시장이 채웠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청소년 오락실이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한다. 일단 허가를 받은 뒤 불법 성인게임으로 개·변조하는 꼼수까지 극성이다. 경찰의 칼날도 무뎌졌다. 10년 전 '바다이야기'를 몰아냈을 때와는 온도차가 크다. 불법 현장을 잡고도 관련 법령을 몰라 처벌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오락실이 기로에 섰다. 15조원에 이르는 불법 시장을 내버려둘 순 없다. 다만 10년 전의 해결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불법 영업소가 괘씸하다고 정상 성인오락실까지 완전히 없애는 것은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