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산업혁명 걸림돌은 2차 산업혁명 시대 인프라입니다.”

제러미 리프킨 TIR 연구소 회장은 빅포럼 2017 라이브 강연에서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위기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면서 “새로운 경제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프킨은 현재 진행되는 변화를 4차 산업혁명보다는 3차 산업혁명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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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TIR 연구소 회장이 '빅포럼 2017' 라이브세션에서 '3차 산업혁명과 한계비용 제로사회'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리프킨은 20여년 전부터 이 같은 현상을 예견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그의 유명한 저서인 '노동의 종말(1995)'은 일자리 변화를, '소유의 종말(2000년)'은 공유경제 시대를 내다봤다.

리프킨이 제시한 해법은 2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 주요 에너지원은 이미 20년 전에 생산 잠재력의 정점을 찍었다”면서 “한국이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고 스타트업을 배출해도 변화는 요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물기 시작한 2차 산업혁명 시대 인프라로는 경제와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찾아온 경제공황이 대표 사례다. 원유 가격 급등으로 산업 성장이 둔화됐다. 2차 산업혁명의 일몰이다. 원유, 합성섬유 등 탄소경제 시대가 저무는 신호였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려면 과거를 돌아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리프킨은 “주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면 나침반이 될 것”이라면서 “보다 형평성 있는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마다 3개 기술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통신과 에너지, 수송이다. 통신 기술은 효율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해준다. 새로운 에너지원은 경제에 동력을 제공하고 수송은 경제를 움직인다.

예를 들어 1차 산업혁명은 증기를 기반으로 한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신문과 잡지가 등장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했다. 증기는 기차 기관에 적용돼 이동성을 증가시켰다.

미국에서 일어난 2차 산업혁명은 중앙화된 통신인 전화가 핵심이었다. 전기를 이용한 즉각 통신으로 커뮤니케이션 효율이 증가했고 라디오, TV가 등장했다. 텍사스에서 저렴한 원유가 발견되면서 버스와 자동차 등 이동 수단도 다양해졌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 시대의 3대 기술로 △모바일 인터넷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무인 전기 자동차를 꼽았다. 새로운 분산형 신재생에너지는 전기자동차 동력으로 사용되고, 이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무인 운전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모든 산업이나 생활 인프라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위에서 구동된다.

리프킨은 “이를 통해 한계비용은 급감하고 수직계열화된 대기업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면서 독일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개별 가정이나 마을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 직접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쓰고 남은 전력은 전력망에 연결해 전력회사에 판매한다. 전력 생산에 드는 한계 비용이 '0'에 가까워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발전소인 셈이다. 기존 전력회사는 더 이상 전력 생산이 아닌 전력망을 관리하는 업무로 바뀌고 있다.

리프킨은 “신재생에너지와 모바일 인터넷, 무인전기차는 에너지와 통신, 운송 한계비용을 낮추고 있다”면서 “자본시장이 네트워크를 통해 소유에서 공유로 이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뀌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바로 3차 산업혁명이다.

리프킨은 한국이 20년 전부터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열어온 점에 주목했다. 모바일 인터넷과 교통, 가전, 제조 경쟁력이 연결돼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2030년에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린다”면서 “신경망처럼 모든 사물 간 통신이 가능해지고 세계 인류는 직접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가능성이 충분한 이유다.

리프킨은 “한국이 가진 경쟁 요소가 통합되면 앞으로 40년간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한국이 다른 국가를 선도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인 생태계를 구축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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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포럼 2017'이 '4차 산업혁명과 글로컬의 진화'를 주제로 20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