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에서 중국 진출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자리에는 이미 중국 현지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최고경영자(CEO)도 있었다. 그들은 일단 입을 닫았다.

이날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는 2024년까지 총 5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정부에 전달했다. 어려운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는 산업인 만큼 훈훈한 분위기의 덕담도 오갔다.

그렇게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되던 간담회는 장관의 중국 진출 급제동 발언으로 얼어붙었다. 사전 교감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물밑에서 진행돼야 할 단계의 중국 공장 증설 허가 논의가 공식화하면서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물론 정부도 부담을 안게 됐다. 당장 이 내용을 접하게 될 중국 측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중국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산시성(陝西省)과 양해각서(MOU)도 교환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 D램 증설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기업에 '중국 진출 재검토' 메시지를 공개석상에서 던졌다는 사실은 '중국 시장 전략' 측면에서 우리 산업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이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비즈니스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면 업계와 찬찬히 득실을 따져 필요한 정책상의 전략을 조율하면 된다. 품목마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타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는 특히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도 전략상 후발 기업과 공조해야 시장에서 주도권과 경제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속있는 퇴장을 준비해야 하는 아이템도 있다.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어서 가격 경쟁만 남은 경우가 그렇다. 산업 정책에 업종과 업계의 특수성까지 감안한 '전략'이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호황 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때아닌 걱정거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