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여야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 내용을 규정한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국회 처리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여당 안에 반대 기류 형성이 일반인 야당이 이번엔 힘을 보태고 나선 것도 이례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예산권 부여, 어떻게 볼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신상진·홍문종 의원(이상 자유한국당)이 기재부가 과기정통부에 R&D 예산권을 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홍 의원은 “기재부는 어떻게든 남들(다른 부처)에 (예산권을)나눠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과학이야말로 R&D를 실제로 잘 아는 사람이 일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야당 기류가 실제 법 개정 때까지 유지되려면 거센 외풍을 견뎌 내야 한다. 기재부가 쥐고 있는 막강한 예산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은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 목소리가 예산 국면에서 당론에 묻힐 가능성도 높다.

이날 토론에서 나온 국회의원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R&D를 변화시킬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철벽처럼 높기만 한 기재부 예산권 방호벽을 뚫을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도 충분하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선임된 지 20일이 지났다. 과학자로서 연구에만 매진해 온 지난날에 비해 앞으로 국가 R&D 변화가 훨씬 더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본부장 혼자 40~50년 묵은 난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이 매년 20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국가 R&D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라는 사회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R&D 예산권이 기재부를 떠난 적이 없다는 낡은 경험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Photo Image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R&D 예산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