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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화 성남산업진흥재단 대표.

온라인게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제작된 모바일 게임 매출액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모바일 게임의 흥행 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출시 후 10일 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 130억원을 웃도는 일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국내 출시만으로 중국 텐센트의 왕자영요(王者榮耀)를 꺾고 세계 매출 1위 게임에 이름을 올리더니 급기야 개발사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환호 이면에는 어두운 단면이 도사리고 있다. 동일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2종의 게임 매출이 시장 전체 매출의 과반을 점유하면서 시장을 극단의 양극화로 몰아넣고 있다. 양극화에 서 있는 수많은 중소 개발사의 빈번한 파산·도산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는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해 카드론까지 받아 가며 현금을 쏟아붓는 이른바 '현질'로 사행성 이슈가 불거진다. 이러한 현실은 게임을 예술로 인정받아 게임에 대한 긍정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게임인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성남시와 성남산업진흥재단이 최근 개최한 '제3회 성남 게임월드 페스티벌'의 성공 개최에서 볼 수 있듯 게임 산업은 가족, 청장년 직장인 등이 다 함께 즐기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순기능을 띠었다. 새 정부에서도 4차 산업 도래에 따른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게임 산업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 신기술 및 다양한 영역과 융합하고 미래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준비와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한 인디게임사 대표 질문에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부정 인식, 이로부터 비롯된 그릇된 규제 때문에 한국 게임이 세계 최고 자리를 잃었다. 규제를 풀면 다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이런 기조로 볼 때 새 정부에서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셧다운제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를 단행한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게임 산업 육성 정책이 적극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게임업계는 오랫동안 게임을 예술로 인정할 것과 게임 육성을 위한 법과 제도의 재정비, 게임산업 지원 전담 조직 신설을 요구해 왔다. 특히 최근 극단의 양극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 고도화, 긴급 펀드의 조성, 인디게임의 활성화 등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만으로 한국의 게임 산업이 맞닥뜨린 위기를 돌파하기엔 한계가 있다. 게임업계의 자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문화 예술로서 게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업계가 해 온 노력이 무엇이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의 모델을 답습하고 확률형 아이템 판매로 수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패키지 게임 형태의 과금 모델로 크게 성공한 배틀그라운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수백억원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으로 진입 장벽을 구축, 시장을 극단의 양극화 상황으로 만든 책임이 있는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상생 펀드의 조성, 마케팅 지원을 위한 상생 플랫폼 구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크런치 모드로 대변되는 극악한 노동 강도로 인해 양질의 개발 인력이 게임 산업에서 이탈한 것도 게임 산업 위기를 자초한 또 하나의 원인이다. 최근 한국의 한 대표 게임사는 개발자의 과로사에 이어 임금 체불, 공짜 야근까지 시킴으로써 민주노총에 의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하기도 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이러한 폐단은 하루속히 없애야 한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온라인게임으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석권하던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다시 한 번 재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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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h@sni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