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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치는 동북아에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통상 전략으로는 격랑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책략(策略)이 필요하다.”

10년 만에 통상정책 수장으로 복귀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본인을 '책사(策士)'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국익과 지키고 국부를 키우는 일을 꾸미고 이뤄나가는 교묘한 방책을 짜는 책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안보 및 통상 환경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하루하루 상황이 급변하는 북핵·미사일 위기는 전시 상황에 맞먹는 우리만의 책략을 요구한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무역 보복 조치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은 우리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폐기 카드까지 서슴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첩첩산중에 놓인 형국이다.

책략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인 권모술수처럼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다. 치열한 글로벌 통상 전쟁터에서 권모술수면 어떻고, 책략이면 어떠랴. 우리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김 본부장이 지난 16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UN 총회 참석을 수행한 뒤,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한 물밑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책략에 많은 것이 달렸다. 책사의 뚝심과 카리스마, 그리고 통상교섭본부 전체의 팀워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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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