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석이 더 길어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신설 부처로서 출항 했지만 선장 없는 표류 상태다. 앞으로 후보자 검증과 지명을 거쳐 청문 과정까지 별 탈이 없이 가더라도 11월 초는 돼야 장관 취임이 가능하다. 다음 달 열리는 첫 국정감사도 '無장관' 상태에서 받게 됐다.

중기부 초대 장관의 인물난은 벌써부터 예고된 터였다. 우선 기업인으로 앉히자니 주식 백지신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미 전 정부에서도 한 번 겪은 학습 효과가 있는 터여서 대부분 자질 있는 기업인은 장관 요청이 와도 고사한다. 길어야 1~2년 장관 하려고 평생 일군 기업과 재산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 출신을 하자니 중소벤처기업 사정을 잘 모르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일변도이고, 중소기업가는 실패 경험 때문에 탐탁하지가 않다.

학계에서 보내자니 기업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벽이 가로막는다. 박성진 후보자가 사실상 학계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학계에서 다른 인물을 뽑더라도 청문회 통과는 미지수다.

중소·벤처업계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직후 곧바로 “중소·벤처기업의 현실을 잘 알고,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을 택해 달라”는 요구를 내놓았다.

남은 선택지는 힘 있는 여권 내 정치인이다. 내각에 의원 출신이 너무 많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인선 비상 사태라 할 정도로 긴박하다. 장관 장기 부재로 힘 빠진 중기부 소속 공무원을 다잡고 몰아붙일 수 있는 인사는 이제 거의 정치인 장관이 유일하다. 검증과 청문 절차를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넘어설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중기부 초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당장 중소기업기본법 개정, 내년도 예산안 확정 등 중차대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인선 과정에 휘둘리고, 만에 하나 또다시 낙마 같은 변수가 생긴다면 무장관 체제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중기부가 최소한의 기력을 챙겨서 2018년을 맞이하느냐 여부는 청와대의 다음 인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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