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그동안 부품처럼 희생된 학생연구원의 처우 개선도 시급한 현안이다. 장차 R&D 현장의 주역이 될 학생연구원이 올바른 대우를 받으며 성장할 때 지속가능한 R&D 성과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연구원은 그동안 연구원이면서 학생인 기형적인 지위 탓에 근로 계약 체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산재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 적용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특히 2014년말 기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내 학생연구원이 3572명에서 지난해 말 4131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7월 '정부출연연구기관 학생연구원 운영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발표하며 학생연구원의 권익보호에 나섰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근로자성이 강한 기타연수생은 근로계약 체결이 의무화 된 반면에 학생연구원에 대해서는 권고 사항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기본법,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학생연구원 전체의 근로 계약을 의무화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 계약 체결이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학생연구원의 인건비 문제도 주된 개정 대상이다. 현재 학생연구원은 인건비 최저 기준이 없어 자력으로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재학생만 석사 과정 120만원, 박사 과정 160만원의 최소 기준이 설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학생연구원을 비롯한 과학기술계 인력을 '사람'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는 과학기술기본법 및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기본계획은 매년 인력 현황을 조사해 관련 수급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학생연구원을 비롯한 과기 인력을 인프라화한다는 설명이다. 전공별로 인력 수급을 가정해, 여러 학문의 융합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맞지 않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전략기획실장은 “학생연구원을 비롯한 과기 인력의 처우 문제는 2001년 개정돼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 문제와도 결부된다”면서 “학생연구원을 사람이자 근로자로 대우하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과거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