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전기자동차 모델 출시가 시작되면서 폐차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해외 주요 기업이 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재활용 사업에 나선 중소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반환되는 배터리 재활용 처리 규정이 미비, 시장 활성화가 더딘 편이다. 배터리에는 희귀 금속과 소재가 많아 재활용 시 경제 파급 효과도 큰 만큼 지원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 수급 불안정 우려가 커지고 전기차 시장의 자원 선순환 문제도 대두되면서 폐전지 재활용 사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리사이클(Li-Cycle)은 전기차 붐을 타고 2030년까지 1100만톤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폐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 벨기에 유미코아는 2500만파운드(약 370억원)를 투입,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범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상당한 규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온투테크놀로지는 부품을 모두 분해하지 않고 폐전지에서 이차전지 전극용 소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금속광산도 최근 사용이 끝난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이차전지 제조 과정에 발생하는 불순물에서 구리와 니켈을 회수, 자원화하는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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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되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카멜그룹은 3500만위안(약 59억원원)을 투자, 폐전지 재활용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테슬라도 기가팩토리 내에 폐전지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테슬라 경영진 두 명이 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임원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시작하는 중소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요 자동차 제조사나 배터리 업계 움직임은 없다.

피엠그로우가 폐전지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전기차 보급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제주도는 2019년 말까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전기차 폐전지 재사용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성일하이텍은 다 쓴 이차전지를 재처리, 인산리튬을 뽑아낸 후 이를 포스코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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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리사이클(Li-Cycle)은 전기차 붐을 타고 2030년까지 1100만톤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폐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의 경우 폐차 처리 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각 시·도지사에 반납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렇게 반납된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향이 서지 않았다.

현재 환경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과 처리 규정 마련을 위해 자동차부품연구원에 의뢰해 오는 12월까지 전문가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결과가 나오면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에는 관련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연구가 마무리되면 빠른 시일 안에 관련 규정을 개정, 전기차 배터리가 적정 재활용·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회수 비용을 더 낮출 방법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기술상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제조사별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각기 다른 화학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재활용 방법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도 난제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경우 원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금속이기 때문에 폐전지에서 추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폐전지 재활용은 기술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작업이지만 자원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