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시 정부는 LG디스플레이에 최첨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공장 설립을 먼저 요청했다.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면 주변 인프라 개발,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유발 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앙정부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 산업 집중 육성에 나서면서 현지 지방정부 간 OLED 중심의 첨단 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패널 기업뿐만 아니라 장비 기업에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다. 현지 자금을 유치해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현지 생산 공장 마련을 지원한다. 아예 장비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여러 국내 회사를 살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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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시 정부 투자를 받아 8세대 OLED 생산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중국의 내년 LCD 생산량이 한국을 추월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전망이 다수 나왔다. LCD 생산량 대다수를 한국과 일본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8세대 LCD 양산이 안정됐다. 한국이 시도하지 않은 10.5세대 양산에도 먼저 나섰다. 국내 패널 제조사가 현지에서 8세대 LCD를 직접 생산하면서 수출량이 줄어든 효과도 있지만 LCD 자급률 전반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다소 성숙하고 생산 공정 난도가 낮은 비정질실리콘(a-Si) LCD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 중소형과 대형 OLED는 기술 격차가 커서 한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LCD 패널 자급률을 높인 만큼 한국 의존도는 줄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73.8%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반면에 관세청이 파악한 평판디스플레이·센서 부문 중국 수출은 2015년 -1.9%, 2016년 -17.8%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수출이 16.9% 증가했다. 그러나 패널 가격이 급등해 수출액이 늘어난 것이며, 실제 수출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디스플레이 수출이 31.9% 성장했지만 이 가운데 물량 성장 요인은 1.2%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 디스플레이 수출 성장률은 -2.5%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수출 물량이 정체한 가운데 패널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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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디스플레이 수출 증가율의 가격/물량 요인 분석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중국은 디스플레이 패널에 이어 후방산업인 부품, 소재 국산화 비중 제고에도 힘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전계획(2014~2016년)에서 LCD 핵심 소재 자급률 목표를 대형 30%, 중소형 60%로 세웠다. 이 밖에 연간 액정 생산 100톤 이상, 유리기판, 5.5세대 이상 증착장비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연구개발(R&D)과 설비 구매비를 지원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율을 높이기도 했다. 현지 기업이 만든 제품이 수입 제품보다 더 낮은 가격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6세대 이하 유리기판 관세는 4%에서 6%, 편광판은 6%에서 8%로 각각 인상했다. 자국에서 생산한 장비를 구매하면 약 12% 환급해 준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중국에 패널 생산력 1위 지위를 넘기더라도 고부가 가치 제품과 첨단기술 경쟁력만큼은 계속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OLED와 LTPS LCD 사례에서 보듯이 오랜 R&D 경험과 숙련된 전문가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생존 우위를 계속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