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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래로 향하는 ICT 고속도로, 밀리미터파 생태계 조성 시급

발행일2017.09.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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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시의 굉음을 뚫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쾌속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 빌딩이라는 장벽을 넘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 속에 전기로 쓴 말들이 떠돌고 있다. …”

1523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해난 참사로 기록된 타이태닉호의 침몰과 수습 과정을 다루면서 1912년 4월 21일자 뉴욕타임스는 '공기 속에 전기로 쓴 말들'이라고 표현한 전파 기술을 대중에게 알렸다. 타이태닉호 침몰 이전의 해난 사고와 달리 육지로부터 640㎞ 떨어진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서 700여명이 구조될 수 것은 전파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구조 요청을 한 덕분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타이태닉호 침몰 사건 이후 전파 활용 기술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민·군을 중심으로 방송·통신과 레이다를 통해 크게 발전한다. 요즘 일반인에게도 회자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지상파·위성 4K해상도(UHD) 방송, 위성항법시스템(GPS) 내비게이션, 운전을 돕는 각종 차량용 레이다, 비가시광 보안 검색대, 무선충전 등이다. 전파는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생존에 필수인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최근 ICT는 독자 기술을 넘어 센서를 매개 삼아 타 분야로 빠르게 융합돼 가고 있다. 시스코는 2020년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센서 소자 300억개, 네트워킹 된 소자들이 만들어 내는 IP 트래픽은 연평균 2.7제타바이트(ZB·10의 21승 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증가 속도 또한 놀랍다. 이 속도라면 데이터 트래픽은 10년 후 지금의 약 10배 늘어난다. 엄청난 데이터 전송 수요는 기존의 무선 통신에서 사용하던 무선주파수 대역의 고갈을 불러올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이 토지였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초연결 사회에서 ICT의 한계 자원은 주파수 대역폭이라고 할 수 있다. 주파수 대역폭을 흔히 고속도로의 폭 또는 차로 수로 표현한다. 도로 폭이 넓을수록 더 빠르고 편리하게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주파수 대역폭이 넓을수록 별도의 노력 없이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보낼 수 있다.

최근 5G 상용화에 밀리미터파 대역(30㎓ 근처에서 300㎓ 사이의 대역)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미래의 주파수로만 생각돼 온 밀리미터파 이용이 현실화됐다. 시장조사 기관인 마케츠&마케츠 조사에 따르면 밀리미터파 제품과 측정 장비 시장은 2023년까지 연 35.2%의 성장 속도로 23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연 4% 근처인 것을 감안할 때 밀리미터파 시장의 성장성은 매우 고무된다.

밀리미터파 시장에는 다양한 응용 분야가 있다. 수 ㎓ 이상의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활용하면 360도 실감형 가상현실(VR) 무선 전송, 안전한 자율자동차와 드론을 위한 고성능 레이다, 홀로그램 전송, 기가급 와이파이, 유연성 높은 소형 셀 무선 백홀, 데이터 센터 내 초고속 무선통신망, 정밀 모션 인식 사용자환경(UI) 레이다(센서), 보안 인체 스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진다. 이 가운데 레이다 분야는 지금까지 군을 중심으로 장거리 위주로 발전해 왔지만 최근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과 하드웨어(HW) 발전에 힘입어 단거리용 고성능 레이다를 손톱만한 크기 정도의 칩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밀리미터파 레이다 시장은 앞으로 무선통신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무선 시장을 이끌어 갈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높은 성장성과 다양한 응용 분야가 존재하는 밀리미터파 시장의 특징은 우리 중소·중견 기업들에 다시 한 번 무선 시장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시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밀리미터파 신시장을 기회로 맞기에 앞서 우리 전파 산업 상황은 어떠한가. 그동안 무선통신 산업이 6㎓ 이하에서 집중된 탓에 미래 시장인 밀리미터파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산·학·연이 각기 고유의 영역에서 밀리미터파 신시장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가의 측정 장비를 공유하고 대학과 기업이 연구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연구개발(R&D) 플랫폼 구축, 대학은 다양한 밀리미터파 서비스에 적응할 수 있는 통신·센싱 분야의 융합형 인재 양성, 연구소는 미래 시장을 선도할 밀리미터파 원천 기술 연구, 기업은 아이템 발굴과 글로벌 시장 진입 전략을 각각 수립해야 한다.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신화를 일구던 대한민국의 도전 정신으로 다시 한 번 밀리미터파에서 펼쳐지는 무선 통신·센싱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도록 정부와 산·학·연 간에 긴밀한 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 할 때다.

이문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과기정통부 전파 및 위성CP wavesat@iit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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