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드라마 가운데 기존과는 다른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보통 야간 1시간 정도 방영되던 드라마들이 30분 간격의 2편으로 나뉜 채 방송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엔터테인&에서는 '짧아진 드라마 방영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들을 다루며 향후 기대되는 부분을 살펴본다.

◇짧아진 드라마 상영시간, 모바일 친화적 특성의 반영?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군주'와 현재 방영중인 SBS드라마 '조작',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등은 회당 평균 1시간의 방영시간을 갖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동일시간 내에 2회 분량으로 방영되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와는 달리 호흡이나 이야기전개가 좀 더 다이내믹하고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호평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짧은 방영시간의 드라마가 등장한 배경에 궁금증을 제기하며 그 원인을 3가지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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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군주' 포스터. (사진=MBC 제공)

우선 모바일 시청환경을 반영한 변화라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도 TV시청가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1인 1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는 대중에게 친숙한 것은 TV보다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환경은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과금체계를 기본으로 해 장시간의 사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으며, 1시간의 드라마 1편을 보기에는 부담스럽다.

일례로 1시간 정도의 드라마 1편을 고화질 스트리밍(720p 기준)으로 시청하는 경우 국내 모바일 이용자들의 월평균 사용량 4.9Gb(조사기관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A])의 4분의 1에 맞먹는 평균 1.3Gb의 데이터 용량을 소모시킨다. 또 무선 와이파이나 다운로드를 받아보는 시청자들도 사각지대나 용량제한 등의 이유 때문에 여유롭게 볼 수 없다.

방송사들은 모바일로의 시청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주요 장면을 담은 소규모 클립영상과 소셜기반 드라마(웹드라마) 등의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부족한 편인 까닭에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내기를 요구받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짧은 방식의 드라마는 바로 주 수요자가 접근하기 쉬운 모바일환경에 맞추기 위한 방송사들의 전략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짧은 드라마 방영시간, 자유로운 편집제작 환경의 표출?

또 다른 시각으로는 자유로운 편집제작 환경에 따른 산물이 짧은 방영시간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는 총괄 책임PD 외에도 여러 명의 PD들이 있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의 영상을 촬영하며, 편집과정에서 이들의 제작물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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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포스터. (사진=MBC 제공)

이런 제작방식은 PD의 전문성을 키워주고 통일성을 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많은 편집시간이 소요되며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 또 모바일 환경에 노출된 최근 대중에게 일률적인 트렌드로 긴 시간의 프로그램만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시청률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tvN 예능 '신서유기'와 같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PD 개인의 자유로운 콘셉트를 존중하는 문화로 유연하게 발전하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듯 짧은 드라마 방영시간은 PD개인의 자율 편집권을 존중하는 문화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짧은 드라마 방영시간, 광고수익채널 확대의 이유?

마지막으로는 중간 휴식을 통한 광고수익채널 확대가 짧은 방영시간의 드라마를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례는 이웃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현재 1시간의 방송시간 내에 2차례의 중간광고시간을 삽입해 시청자에게 적절한 시청시간을 주면서도 폭넓게 광고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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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조작' 포스터. (사진=SBS 제공)

이에 비춰봤을 때 국내 TV방송사들은 모바일과의 경쟁에 따른 시청률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으로, 추가적인 광고수익 확보와 함께 시청자들의 편안한 시청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로 방송편성 간 중간광고 삽입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적으로 짧아진 드라마 방영시간은 모바일 환경과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 포맷, 광고수익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여지며, 긍정적인 방송환경으로의 변화로서 여겨지는 상황이다. 다만 짧은 호흡 때문에 프로그램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과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와 콘텐츠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