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기 산업계에 '제조혁신'을 가져다 줄 핵심기술로 꼽히며, 2013년 이후 국내에서 전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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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3D쿠키'로 국내 3D프린팅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글로벌창업연구소 한준섭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박동선 기자)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국내 3D프린팅 산업 발전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글로벌창업연구소 한준섭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3D프린팅 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 등에 대해 알아본다.

◇한준섭 글로벌창업연구소 대표 “제조·소재 위주의 개발, 대중 괴리감은 3D프린팅 산업 걸림돌”

한준섭 글로벌창업연구소 대표는 국내 유명 프린터 업체 입사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2D프린팅 분야에 몸담은 업계 산 증인이다. 한 대표는 2D프린팅 인프라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결합한 브랜드 '잉크천국'으로 세계 13개국에 진출하는 등 활약을 펼친 바 있다. 2014년부터는 브랜드 '3D쿠키'를 론칭하면서 사단법인 3D프린팅산업협회(협회장 김한수)와 함께 산업저변 확대에 나서는 한편, 메이커스페이스(공방)·교육·제품 출력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형 3D프린팅 공간 서비스를 실현해나가면서 '3D프린팅 계의 선구자'로서의 입지를 닦았다.

한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 3D프린팅 산업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2가지 측면의 잘못된 방향설정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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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에 걸친 2D프린팅 분야의 노하우로 3D프린팅 업계에 선구적으로 뛰어든 한준섭 글로벌창업연구소 대표는 현재 국내 3D프린팅 산업이 경쟁력 확보가 힘든 기계제조 및 소재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발전속도도 늦고 대중과의 괴리가 멀어지는 국면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동선 기자)

첫 번째 이유로는 과거 2D프린팅 시장과 마찬가지로 제조·소재개발에 치우친 투자흐름을 꼽았다. 1980년대 첫 상용화를 거쳐 2006년도 렙랩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화가 진행된 세계 3D프린팅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불과 관심을 갖게 된 지 3~4년 정도에 불과해,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뒤따르며 자칫 사양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과거 2D프린팅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 국내 기업들이 제조·개발에 뛰어드는 것을 많이 봤지만, 결국 선제적으로 높은 기술수준과 품질을 갖춘 외산에 밀려 점차 사양화됐다”며 “이를 비춰봤을 때 글로벌 기업이 특허와 기술을 갖고 있는 3D프린팅 분야도 제품 제조나 소재 개발 중심의 산업화는 기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과거와 같은 시장잠식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대중과 3D프린팅과의 괴리감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 3D프린팅 산업은 정부 주도로 전국 16개 시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일선 대학 등에 외산장비와 소재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초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미진해,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는커녕 기기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한준섭 대표는 “대중에게 기본적인 지식이나 활용법 등을 가르치지 않은 채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다는 취지로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일선 대학에 고가의 외산 3D프린터와 소재를 보급하면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렸다”며 “실제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일선 대학에 보급된 고가의 장비들을 관리하지 못해 우리 쪽에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미진한 상황에서 응용분야를 생각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회주체의 3D프린팅 능력 함양, 비즈니스 서비스 개발·브랜딩이 경쟁력에 보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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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섭 글로벌창업연구소 대표는 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주체들과 3D프린팅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많이 만드는 것이 3D프린팅 산업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사진=글로벌창업연구소 제공)

한준섭 대표는 국내 3D프린팅 산업이 제조·소재개발에 치우쳐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중의 유입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다소 난맥상을 보인다고 진단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거시적 규모의 국가정책과 민간 전문가들의 협력을 토대로 3D프린팅과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접점을 만드는 것을 꼽았다. 특히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설·정책적인 측면이 많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현재 대중은 3D프린팅의 명확한 개념 없이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3D프린팅 활용능력이나 설계, 기획 등에 제약이 뒤따를 뿐더러, 전문인력들이 설 자리를 없애 산업 선진화를 막는 원인이 된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인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대중접점 확대 노력에 정부의 전폭적인 계획이 뒷받침되는 형태의 TF(태스크포스) 운영이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과거 교단에서 진행되던 정보선진화 정책과 유사하게 1학교 당 1개의 3D프린팅랩을 구축해, 산업의 기초가 되는 대중 인식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사단법인 3D프린팅산업협회와 함께 전국 13개(예정 2곳 포함) 센터와 전국 30여 대학 등 여러 교육기관과 단체를 통해 3D프린팅 교육을 추진하면서 이를 실천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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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섭 글로벌창업연구소 대표는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멀티플렉스형 3D프린팅공간 브랜드 '3D쿠키'처럼 교육을 통한 3D프린팅 저변확산과 대중적 인프라 구축을 기초로 3D프린팅 응용서비스를 브랜딩하는 것이야 말로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박동선 기자)

두 번째로는 서비스분야를 중심으로 IT강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예로 들며, 다양한 형태의 '3D프린팅 비즈니스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준섭 대표는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불리는 것은 1998년 이후 빌 게이츠·손정의 등 글로벌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구축된 초고속인터넷망 덕분이 아니라, 이를 활용한 IT서비스 분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3D프린팅 산업도 제조나 소재 위주의 개발이 아니라,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3D프린팅 생태계를 조성해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2D프린팅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평가받는 것은 장비 제조기업이 아닌 비즈솔루션 기업들이다. 기본적인 산업기술과 특허 등이 대중화된 현재 3D프린팅 시장도 서비스 기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창업연구소는 교육은 물론 아이디어를 나누며 직접 3D출력물을 제작할 수 있는 공방과 단순 3D프린팅 출력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멀티플렉스형 3D프린팅 서비스를 구축함과 동시에, 3D프린팅 모델링 소스의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제조플랫폼을 결합한 3D프린팅 O2O까지 구상하며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는 것이야 말로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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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한준섭 글로벌창업연구소 대표. (사진=박동선 기자)

끝으로 한 대표는 “기본적으로 높은 지능과 IT활용능력, IT인프라 등을 갖춘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3D프린팅 분야에서도 다양한 갈래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세계 수준의 3D프린팅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는 것은 물론, 국내 전반적인 3D프린팅 생태계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