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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청년 실업률은 9.3%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2.6%에 이른다. 높은 외국어 점수와 각종 자격증, 다양한 인턴·봉사 활동 경력으로 자기소개서를 채워도 '최종 합격'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해외 취업이 꽉 막힌 취업문 뚫기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못 구한 일자리를 해외에서 어떻게'라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다. 경기가 살아나 일자리가 풍부해진 해외 국가는 한국 청년들의 당찬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유명 기업도 열정과 준비만 있다면 얼마든 가능하다”는 게 실제 취업자의 공통된 대답이다.

전자신문은 미국·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한 한국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 이들을 위한 KOTRA 지원 사업 현황·계획을 3회에 걸쳐 다룬다. 한국 청년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해외 취업에 성공했으며, 해외 기업 인사 담당자는 어떤 인재를 기다리고 있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자>

일본은 최근 경기가 살아나며 '일자리 풍년'을 맞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6월 비정규직을 포함한 일자리는 1인당 1.51개나 된다.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1.51배 많다는 의미다. 닛케이신문은 1974년 2월(1.53개) 이후 43년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취업 기회가 많다. 이미 많은 한국 청년이 한국에서 관련 교육 수료, 자격증 취득을 무기로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ICT 분야의 비전공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취업문이 넓어졌어도 철저한 준비 없이는 통과가 어렵고,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는 3년도 버티기 어렵다는 게 취업자들의 조언이다.

◇“남다른 면접 준비가 합격 비결…日 생활 환상은 금물”

일본인치고 유센(USEN)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센은 인터넷 연결 단말기만 갖추면 일본 내 식당·술집·미용실 등 약 63만개의 가게에 원하는 음악을 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음악 유통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손승균씨(27)는 꿈에 그리던 유센 입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합격 통보를 받고 올해 4월부터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유센의 시스템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경력이 독특하다. 시스템엔지니어지만 대학에서 ICT가 아닌 일본언어문화학을 전공으로 공부했다. 일본어 실력이 있어도 '기술'이 없으면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대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에 도전, 이듬해 3월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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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센에 취업한 손승균씨.

출중한 일본어 실력을 갖추고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땄지만 일본 기업 문을 두드리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이때 KOTRA 글로벌 일자리 사업이 큰 도움을 줬다. KOTRA는 한국 청년 지원자의 이력서를 받아 일본 기업을 한국에 초청, 면접 기회를 부여하는 글로벌 취업상담회를 매년 개최한다.

손씨는 “일본은 한국과 취업 절차가 달라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현지에 기업 설명회를 직접 갈 수도 없어 곤란했다”면서 “KOTRA 글로벌취업상담회에서 값진 면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웃었다.

유센에 합격할 수 있게 된 비결로 면접 때 제출한 독특한 포트폴리오를 꼽았다.

손씨는 “면접 때 남들처럼 파워포인트(PPT)로 만든 포트폴리오를 내봤자 면접관은 몇 장 넘겨만 볼 뿐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개인 홈페이지를 일본어로 제작, 지금까지 어떤 걸 공부했고 어떤 부분에 관심과 능력이 있는지를 면접 자리에서 직접 보여 줬다”고 말했다.

손씨는 지금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 체계화된 사내 교육, 문서화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업무 처리를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이 막연하게 일본 생활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일본 기업에 취업하기 쉽다고 하니 가볍게 마음먹고 준비해서는 원하는 기업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막상 일본에 와도 일은 힘들고, 돈은 생각만큼 안 모이고, 집값 등이 비싸 오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손씨는 “일본 기업 취업이기 때문에 ICT 분야를 고르는 게 아니라 ICT 분야가 자신에게 어울린다면 일본 기업 취업도 하나의 선택지로 남겨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명확한 분야 설정, 철저한 기업 연구가 입사 비결”

도쿄 신주쿠 이스트사이드스퀘어 빌딩 17층에는 소프트뱅크 그룹에서 ICT 사업을 담당하는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성격에 맞게 입구부터 '미래 사무실'을 연상시킨다. 손님을 가장 먼저 맞는 것도 사람이 아닌 소프트뱅크 로봇 '페퍼'다. ICT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마저도 '여기서 일해 보고 싶다'고 느껴지게 할 정도다.

KOTRA 글로벌취업상담회 도움을 받아 지난 4월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부에 입사한 김효현씨(여·28)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했고,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다.

김씨는 일본 기업 취업을 위한 성공 비결로 '명확한 업계 설정' '기업 연구'를 꼽았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하고 거기에 맞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입사에 도전하는 기업을 철저히 분석해야 면접 통과 가능성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일본 취업에 관심을 갖고 몇 차례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업계를 좁히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ICT 분야에 평소 관심이 있었고, 나에게 맞는다 생각해서 ICT 부문에 집중해 입사에 도전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험상 기업 연구를 제대로 했을 때 면접 통과가 가능했다”면서 “물론 입사에 도전하기 전에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인지 자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인재라면 국적 불문…'즐기는 사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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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리 히로히사(服部 浩久) 유센 상무집행역원 겸 경영계획실장.

유센과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 인사 담당자는 하나같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수한 인재라면 국적과 관계없이 뽑는다”고 강조했다. 채용을 결정할 때 보는 것은 국적 등 다른 요소가 아닌 결국 '실력'이라는 얘기다.

핫토리 히로히사 유센 상무집행역원 겸 경영계획실장은 “한국인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국적이든 우수한 사람은 채용한다”면서 “다만 외국인이 일본에서 취업하려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각오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으로 보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마사오카 세이이치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 인사본부장 역시 “우수한 사람이라면 국적, 성별은 관계가 없다”면서 “이런 요소는 입사 후 평가에서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핫토리 유센 실장은 자신의 업무를 '즐길 줄 아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유센에 입사한 후에는 원활한 소통 노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핫토리 실장은 “업무로만 프로그래밍하는 인재보다 프로그래밍이 좋아서, 즐기면서 하는 인재를 선호한다”면서 “입사 후에 스스로 공부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엔지니어로 입사했다고 해서 시스템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내에서는 영업부 등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만큼 여러 일본인과 어울리며 일본어 실력을 키우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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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세이이치(正岡 聖一)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 인사본부장.

마사오카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 본부장은 남들과 다른 구체화시킨 장점, 일본 이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사오카 본부장은 또 '한다면 한다'는 마음가짐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사를 위해선 영어 등 구체화한 강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사내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며 메일을 주고받고, 일본 내 고객과 자국민처럼 소통해야 하는 만큼 일본어 실력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쿄(일본)=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