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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핫이슈]카시니의 '그랜드 피날레'

발행일2017.09.10 12:00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행성. 아름다운 고리 덕분에 지구인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행성. 커다란 몸집과 반대로 밀도는 태양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 물에 넣으면 뜰 정도. 태양에서 14억㎞나 떨어진 멀고 아름다운 행성. 토성이다.

약 20년에 걸쳐 토성을 탐사한 인간의 피조물. 수천 장의 사진을 지구로 보내 수많은 과학자를 설레게 했던 존재. 가끔 사라지기를 반복해 지구인의 애간장을 태우던 토성의 위성 '이아페투스' 비밀을 풀었던 열쇠.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카시니)'다.

Photo Image<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사진=NASA)>

카시니호가 오는 15일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다. 퇴역 방식은 '죽음의 다이빙'. 카시니는 마지막까지 토성 대기를 훑어 지구로 사진을 보낸 뒤, 토성 대기권에 뛰어든다. 대기권에 진입한 카시니는 마찰열 때문에 1~2분 내 불타 사라진다.

카시니는 1997년 지구를 떠나 2004년 토성 궤도에 도착했다. 토성을 향한 인류의 꿈이 담겼다. 토성의 고리를 처음 발견한 천문학자 호이겐스, 토성의 고리가 여러 개이고 간격이 있음을 밝힌 천문학자 카시니에게서 이름을 땄다. 13년 간 활발한 탐사 활동을 벌인 카시니호는 노쇠했다. 연료도 거의 떨어졌다. 돌아오기보다 토성에서의 마지막을 택했다.

마지막 임무는 토성의 본체와 고리 사이 공간을 탐험하는 것이다. 이곳을 22바퀴 돈 후, 토성 대기로 뛰어든다. 직전까지 사진과 데이터를 지구로 보낸다. 토성 대기 상단과 고리 사이에는 무려 2400㎞의 간격이 있다. 토성의 고리는 얼음 입자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리 너머, 토성 본체 사이의 공간은 미지의 영역이다.

카시니가 토성 대류권을 간접 비행하면 인류는 토성의 비밀에 또 한 걸음 다가선다. 사상 처음으로 토성 대기 성분을 알 수 있다. 카시니가 대기의 화학 성분을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토성 대류권은 수소가 주성분이고 헬륨 등을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

토성은 '고리 행성'으로 유명하지만 위성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알려진 것만 50개가 넘는다. 가장 큰 위성 '타이탄'은 지름이 약 5150㎞다.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위성이다. 달의 1.5배 크기다. 지구가 물을 순환시키듯이 메탄을 순환시킨다.

타이탄의 신비를 푸는 데도 카시니가 큰 공헌을 했다. 카시니는 2005년 타이탄을 탐사했다. 물이 아닌 메탄, 액체탄화수소로 채워졌지만 강과 호수, 바다가 있음을 밝혔다. 대기가 두터웠고 표면 활동도 활발했다. 카시니 탐사 이전에 타이탄은 그저 안개에 싸인 큰 위성일 뿐이었다.

카시니는 또 수많은 토성 위성의 존재를 알렸다. 다프니스, 메토네, 아이가이온, 아틀라스, 안테, 팔레네, 폴리데우케스, 히페리온 등은 모두 카시니가 근접 촬영했거나 발견한 위성들이다. 이들 위성은 멀리서 토성을 관측했을 땐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이아페투스 위성은 카시니에 의해 신비가 풀렸다. 이아페투스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이 위성은 때로 보이지 않았다. 이아페투스 한 쪽 면이 까맣고, 반대 쪽이 하얀색이기 때문이다.

카시니의 관측 결과 이 현상의 비밀이 풀렸다. 이아페투스는 토성에 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즉, 토성과 언제나 같은 면을 마주한다. 결국 토성의 고리 잔해가 이아페투스 한쪽 면에만 달라붙는다. 이 면이 이아페투스의 '검은 면'이 된다.

카시니는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에서 생명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엔켈라두스 남극에 작은 간헐천이 있고, 여기서 물 결정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성의 얼음 껍질 아래 바다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엔켈라두스 간헐천에서 나오는 물을 분석해본 결과, 수소 가스가 함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엔켈라두스에 물과 수소, 열기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위성 지하의 '생명 조건'을 암시한다.

카시니는 이처럼 토성 탐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과학자들은 카시니가 마지막 임무에서도 지금까지와 같은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카시니가 탐사할 곳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카시니는 자신이 탐사했던 위성 타이탄과 마지막을 함께 한다. 타이탄이 중력으로 카시니를 이끌면 카시니는 토성 대기를 향해 곤두박질친다. 토성 대기 속에서 카시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런 방식으로 퇴역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혹여 모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구에서 카시니를 통해 옮겨갔을지 모르는 미생물이나 오염물이 토성 대기, 본체, 궤도에 전혀 남지 않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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