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서 진행되던 오픈마켓 11번가의 인수전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2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 인수를 검토했다”고 직접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날 스타필드 고양 오픈 기념식에서 최근 11번가 인수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공식화했다. 연내 온라인 및 해외 사업 부문에서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최근 SK플래닛 오픈마켓 사업 부문인 11번가를 분사하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신세계와 롯데그룹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11번가 인수 검토 사실을 밝히면서 이 같은 내용이 공식화된 셈이다.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8조원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약 14조원)에 이은 국내 2위 규모다. 신세계는 자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연 2조원 안팎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1번가와 비슷한 8조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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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픈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는 하반기 11번가 인수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가 11번가를 품게 되면 연 거래액 10조원이 넘는 온라인 쇼핑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롯데가 11번가와 손을 잡으면 단숨에 연 거래액 16조원에 달하는 국내 1위 온라인 쇼핑 사업자로 등극할 수 있다. 게다가 그동안 보유하지 못했던 오픈마켓 채널을 손에 넣게 되면서 해외 역직구 등 새로운 수익 모델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 유통 계열사와 공동 상품 소싱, 서비스 융합 등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분 투자율과 경영권이다. SK플래닛은 양 사에 50% 안팎 지분 투자율과 경영권 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논의는 답보 상태인 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11번가 인수를 비롯해 다른 온라인 쇼핑 사업자와 협력하거나 자체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동시에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국내외 전통 유통 채널인 백화점, 대형마트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해외 사업 개편에 관한 로드맵도 내비쳤다. 중국에서 연내 이마트를 완전히 철수시키는 한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해 30개에 달하는 매장을 구축했지만 계속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정 부회장은 이 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면서 “연내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이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11번가의 몸값이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롯데 등 인수를 타진하는 후보군이 복수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쿠팡 등 일부 소셜커머스도 잠재적 인수합병 매물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온라인 쇼핑사업의 큰 지각변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