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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일본 요카이치 팹2 전경 (사진=도시바)

SK하이닉스 컨소시엄 품에 안길 것 같았던 일본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향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6월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컨소시엄에는 미국 베인캐피털, 한국 SK하이닉스, 일본 관·민 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와 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했다. 내년 3월까지 매각 완료가 목표였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WD)이라는 변수를 넘지 못했다. WD는 도시바메모리와 낸드플래시 합작 공장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 동의 없이 매각은 안 된다'는 것이 WD의 주장이다. WD는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중지를 요청하는 소도 제기했다.

결국 도시바는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WD와도 협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소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내년 3월까지 회사를 매각할 수 없다. 이 경우 도시바 본사는 채무초과로 일본 증시에서 퇴출된다.

일본 언론은 최근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아닌 WD 연합에 도시바메모리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WD는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재무 투자자인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공적 자금기관인 INCJ, 일본정책투자은행을 끌어들였다.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 등 WD 수뇌부는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도시바 경영진과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WD와 협상이 잘 된다면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매각중지 주장도 철회하면 된다.

다만 WD 연합이 마련할 수 있는 총 인수자금 규모는 1조9000억엔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약 2조엔)이 제시한 것보다 약 1000억엔 적은 금액이다. 조금이라도 많은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도시바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매각이 지연되는 틈을 타 일본 현지에선 '기술유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각 반대 여론도 생겼다.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도시바메모리를 한국이나 미국에 그대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도시바메모리를 일본에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현재 '초호황'이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1일 그룹 차원에서 개최된 '제1회 이천포럼'에서 “도시바 인수전은 기다림의 싸움”이라면서 “길게 보면서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