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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은 지난달 31일. 회사는 실적 설명 후 자신 있게 3분기 전망치를 내놨다. 2600억~2800억원을 가이던스로 제시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에 도전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날 장면은 시장 변화에 민감해하며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던 기존 서울반도체와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서울반도체가 수년간 이어졌던 중국발 치킨게임을 털어내고 차별화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업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기록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업익 241억원' 실적 차별화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타사와 차별화되는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분기 매출 2670억원과 영업이익 241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145% 늘었다. 지난 1분기에 비해서도 실적이 나아졌다. 서울반도체는 앞선 1분기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2575억원을, 영업이익은 223% 늘어난 234억원을 달성했다.

주목되는 건 매분기 2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LED 업체는 서울반도체가 사실상 국내 유일하다는 점이다. LG이노텍은 LED 사업에서 2분기 매출 1768억원에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했으며, 루멘스도 2분기 적자를 남겼다. 우리이앤엘은 2분기 매출 432억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4%, 243% 성장하는 성과를 냈지만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LED 사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계속된 실적 악화로 사업부가 현재는 사업팀으로 축소된 상태다.

◇비결은 '디스플레이·조명·자동차'

국내 LED 업체들은 수년간 중국발 LED 공세에 모두 허덕였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 인하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LED 공급과잉 현상이 일부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황 개선 속 서울반도체가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건 △디스플레이 △조명 △자동차로 분산된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LED 업계는 대부분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용 LED를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 LED와 루멘스는 삼성전자의 TV와 모니터에, LG이노텍과 우리이앤엘은 LG전자 TV와 모니터에 LED를 공급하는데 힘을 쏟았다. 대형 거래처 확보는 초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응용 분야가 한정되고, 거래처 역시 제한되는 부메랑이 됐다.

반면에 서울반도체는 일찍부터 조명 시장에 진출하고, 자동차까지 영토를 넓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른 LED 업체의 경우 디스플레이 비중이 절대적인 반면에 서울반도체는 조명 50%, 디스플레이 40%, 자동차 10%로 고르게 분산됐다. 서울반도체는 무엇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자동차 조명에서도 연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조명은 고부가가치여서 수익성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반도체는 사업 호조에 일반 조명사업부에 속해 있던 자동차 조명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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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가 최근 출시한 '선라이크' LED. 태양광 스펙트럼에 가장 가까운 LED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차세대 광원 '파고' 또 넘을까

불과 1~2년 전만해도 서울반도체에 대한 증권가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광원이 LED에서 OLED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LED 공급을 확대하면서 이런 우려를 덜어냈다. 애플 공급은 이정훈 대표가 직접 추진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일반 조명과 자동차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실적으로 시장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있다.

시장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단적으로 애플이 올해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아이폰을 출시한다. 올해는 한 개 모델 출시에 그치지만 내년 OLED 탑재 모델수는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패드의 OLED 대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OLED는 광원이 따로 없는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기 때문에 LED가 필요없게 돼 LED 업계 부정적 요인이다.

차세대 광원으로 떠오르는 마이크로 LED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로 LED는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소형 LED다. 저전력·소형화에 장점이 있어 OLED마저 대체할 기술로 관심을 모은다. 애플과 소니 등 글로벌 기업이 마이크로 LE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큰 파고를 넘은 서울반도체가 능동적인 미래 시장 대처로 도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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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서울반도체 실적 추이(단위: 억원)>

서울반도체 실적 추이(단위: 억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