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를 처음으로 받았다.

과학기술, 정보통신, 방송통신 등 정부 내 첨단 분야를 책임지는 부처부터 업무보고 스타트를 끊은 것 자체의 의미가 커 보인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산업·기술 측면에서 중요한 고비에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이들 두 부처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직자 헌신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올려놓은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공로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며 먼저 격려한 뒤 작정한 듯 진담을 꺼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 아니다. 그런 면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혼 없는 공직자'란 5년마다 정부가 바뀔 때 집권자의 뜻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이전의 자기 정책을 부정하거나 뒤바꾸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일하고 자기 능력을 전부 발휘하는 공직자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 나라겠는가. 그러나 지금까지 제왕적 대통령 중심 체제에서 이런 '영혼 없는 공직자'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업무보고에서 '통신비 인하' '과학기술 경쟁력 하락' '공영방송 공정성' 같은 이슈를 본격 다루면서 행여나 또 다른 '영혼 없는 공직자'를 만들지는 않을지 우려가 든다. 이들 이슈는 단순히 국민 귀에 듣기 좋고 인기 있는 정책 수준으로만 다뤄져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중차대한 숙제다. 심사숙고하고 여러 의견을 들어서 장기 로드맵을 세워 우직하게 밀고 가야 할 이슈들이다. 그만큼 담당 공무원들에게 철학, 소신, 자신감, 배짱 등이 필요한 분야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듯 '영혼 없는 공직자'가 더 이상 양산돼선 안 된다. 대통령의 주문을 무작정 정책으로 집행하려 할 때 영혼은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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