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달 탐사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달 궤도선을 쏘는 1단계 사업이 연기된 데 이어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2단계 사업도 보류 가능성이 감지된다.

2단계 사업은 현실상으로도 기존 일정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사업 추진 자체에 부정 기류가 퍼지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 국가 우주기술 연구개발(R&D) 연속성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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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상상도

21일 관가와 과학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달탐사 1단계 사업 기간을 2018년에서 2020년으로 2년 연장했다. 동시에 달 탐사 2단계 사업의 착수 여부, 추진 시기 재검토를 권고했다. 2단계 사업을 예정대로 착수할지부터 전면 재검토한다. 사업 착수 여부는 12월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립 때 결정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1단계 사업은 시기만 조정해 예정대로 수행하지만 2단계 사업은 전면 재검토를 권고했다”면서 “사업 착수 여부를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달 탐사 사업은 작년 시작됐다. 1단계로 달 주위를 도는 궤도선을 발사, 달을 원격 탐사한다. 2단계는 달에 무인 착륙선을 보내 표면을 직접 탐사하는 게 목표다. 1단계와 달리 한국형발사체를 이용, 자력으로 발사한다.

1단계 사업은 예산 확보 지연, 사업 기간 단축 등 어려움을 겪다 최근 연기가 결정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무리하게 사업 기간을 단축했고, 국회에서 예산 통과가 불발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 착수 자체가 늦었고 개발 일정도 빠듯해 현 정부가 사업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2단계 사업도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달 착륙선을 발사해야 한다. 하지만 1단계 달 궤도선 발사가 2020년으로 밀렸다. 궤도선 임무 종료 후 착륙선을 발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발사는 불가능하다.

착륙선을 달 근처까지 싣고 갈 한국형발사체도 내년에나 시험 발사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사업 연기는 확실시된다.

여기에 2단계 사업 보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2020년 발사가 물 건너 간 것은 물론, 1단계 사업 후에도 달 착륙선 사업을 시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2단계 사업은 예산 확보,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1단계 사업은 총 예산 1978억원 중 900억원 이상이 이미 집행됐다. 지금 중단하기에는 '매몰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2단계 사업은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 정책에 따라 보류 가능하다.

과학계는 사업 시기는 조정하더라도 보류, 중단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1, 2단계 사업이 내용 상 연결되고, 우주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1단계 사업 임무에는 착륙 후보지 탐색도 포함됐다. 2단계 사업의 착륙선 발사를 염두에 둔 임무다.

다른 나라도 달 탐사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앞선 2013년 무인 탐사선 '창허3호'를 달에 보냈다. 일본은 2020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달 탐사가 늦어지면 향후 이어질 우주 탐사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해 달의 궤도만 돌고 사진만 찍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발사와 착륙 전 과정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