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하면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분법에 따른 현대차 순이익 감소는 물론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약 100개의 다른 기업 노조 '줄소송' 가능성도 짙어진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3000여 협력사의 경영난 확산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 패소 시 그 불똥은 당장 현대차로 튄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3조원 손실로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 당기순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다. 현대차의 기아차 지분율은 33.9%(1억3731만8251주)로 지분법에 따른 평가이익이 없어져 순이익이 최대 약 1조원 감소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다. 진행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둔 기업은 아시아나,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다. 만도, 삼성중공업, 현대위아 등도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유위니아, 대한항공, 두산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현대다이모스,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등도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에 들어간 한 기업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가 승소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가 교섭권이 있는 기업 노조에 추가 소송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결과에 따라 다른 기업 노조들도 앞 다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소송 결과에 그룹 계열사나 부품 업체 등 모든 산업계에 극심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건비 격차에 더불어 승소로 말미암아 기아차 노조가 근로자당 최대 1억원을 더 받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부품업체 노조들이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짙다. 부품업체 가운데 금속노조 소속 노조가 있는 기업은 50여개사에 이른다.

특히 비슷한 소송을 겪고 있는 다른 완성차 업체의 패소가 이어질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생태계적 위기에 놓이게 되고, 기술 개발 및 미래 자동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기아차 노조 손을 들어주면 앞으로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 비용은 천문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2013년 처음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한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0일 공식 성명을 통해 '사법부가 그동안 통상임금 사안에 관한 실체적 진실, 통상임금 부담이 가져올 국내 자동차 기업과 산업 전반의 영향,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종합 고려해서 판결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기아차 등 25개 대기업들이 8조3673억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내부 분석했다.

<자동차 산업계 주요 기업 소송(자료 각사)>

자동차 산업계 주요 기업 소송(자료 각사)

<대법원 판결로 인한 자동차산업계 영향(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 *수출/고용현황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업계 추산, 소급분 제외 기준.>

대법원 판결로 인한 자동차산업계 영향(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  *수출/고용현황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업계 추산, 소급분 제외 기준.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