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시작 여부를 논의할 공동위 특별회기가 22일 서울서 열리면서 업종별 쟁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한미 간의 대표적인 불균형 산업으로 지목해 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이 분야에서 유독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돼 FTA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해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대미(對美)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은 미국의 전체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업종에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는 경기적 요인에 기인한 셈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대미 수출은 FTA 발효 이후 92억달러 증가해 제조업 전체 증가분(179억달러)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의 대세계 자동차 수입도 791억달러 증가해 우리나라 업체들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5.4%에서 7.2%로 1.8%p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증가한 것이 수입 증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 인증에 대한 한국내 인정 쿼터 확대를 비롯해 철강 부문에서는 원산지 규정 개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한국 철강업계가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 등 정부 보조금 혜택을 누리며 원가 이하 가격에 제품을 덤핑하고, 중국산 철강을 우회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환율 조작을 걸고 넘어지면서 법률 등 서비스 시장과 농산물 등의 추가 시장 개방도 요구할 여지도 있다. 원산지 검증,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 투자 허용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연구와 평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미 FTA가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무역적자의 진정한 원인인지 먼저 따져보자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미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2.6%에서 3.2%로 0.6%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한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8.5%에서 10.6%로 2.1%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 교역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여행 시장 등이 개방되면서 미국의 대한 서비스 무역흑자가 2011년 69억달러에서 2016년 101억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반덤핑 관세 등 과도한 무역구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ISD는 우리나라 정부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사법 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철강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하면서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에 가장 불리한 정보를 적용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FTA에 별도 무역구제 조항을 만들어 반덤핑 관세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