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근무 환경 논란이 확산하자, 주요 게임사들이 '업무 고유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근무 형태 조정에 들어갔다. 당연시했던 '탄력근무제'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대표적 게임업체가 행동에 들어갔다. 근무 환경을 업무시간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부 업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적 받은 초과 근무수당 지급을 끝냈고 대부분 3분기 내 마무리한다.

기업은 근무 형태를 조정한다. 업무시간 집중근무, 불필요한 야근 금지, 게임 업데이트 야간에서 주간으로 변경, 근로시간 초과 철저 관리 등이 골자다. '근태보다 결과를 중시했던 문화' '개발조직의 자율을 보장했던 문화' 등이 사라지면서 게임 벤처기업 특성상 유연했던 업무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이 같은 움직임은 큰 그림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업무 특수성과 효율성은 포기하고, 정부와 노동계 여론에 떠밀린 결정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당사자인 게임업계 근로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여부에도 의문을 표한다.

먼저 게임업계 생태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임개발자들은 게이머가 활동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가량에 주로 일을 한다. 고객이 몰려 있는 시간에 베타테스트도 하고, 게이머에게 의견을 물으면서 상품을 개발한다. 야간에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면 운영관리자들은 야근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게임업계 특성 때문에 응담자 40% 이상이 '인센티브나 수당이 명확하다면 크런치모드(3~6개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하기도 한다. 게임개발자 사이에서는 산업 특성상 합당한 보상만 전제된다면 연장근무는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근무시간 관련해서 업계 전반의 의견을 모아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야근을 무조건 줄인다고 좋을 일은 아니다. 탄력적인 근무 운영제도 업무에 따라 필요하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려면 게임·벤처 업무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