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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저소득층 1만1000원 통신요금감면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발의 등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한 행정 절차를 본격화한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수익감소 폭탄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당장 내년부터 선택약정할인율 25%와 저소득층 통신 감면으로 최소 7000억~8000억원대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정부가 제시한 모든 정책이 실행되면 4~5년 이후 이통사 연간 수익 감소가 3조6000억~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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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가 현재 운영 중인 요금제를 겨냥한 인위적 요금인하 정책은 일시적인 손실을 넘어 이통사 수익구조 전반을 뒤흔든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 혁신사업 투자여력을 저해, 성장 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율 25% 9월부터…중장기 1조~1조7000억원 타격

선택약정할인은 당장 4분기부터 이통사 수익 감소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9월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적용하고 기존 20%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이통사와 협의해 자발적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선택약정할인 25% 소급 적용에 따른 이통사 수익 감소는 3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약정할인 20% 가입자는 6월 기준 150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중 27%로 추산된다. 이통 3사에 따르면 20% 요금할인 가입자를 포함한 전체 가입자 1인당 월평균매출(ARPU)은 3만4900원이다. 5%를 추가 감면하면 가입자당 약 498원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전체가입자에게 적용하면 이통사는 당장 9월부터 32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이통사가 정부와 협상 끝에 선택약정할인율 25% 소급적용을 피해가더라도 장기적인 타격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 25% 가입자가 장기적으로 1900만명(34%)에 이르고 약 1조원 통신 요금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통사와 증권사 전문가는 정부의 이 같은 예측을 넘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5년 내 이통 3사 가입자 50%에 해당하는 최대 27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요금 수익 감소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통사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2700만명까지 확대되는 것이 과도한 전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갤럭시S8과 아이폰7 등 프리미엄 단말기 선택약정 가입비중은 80~90%에 이른다. 현행 20% 요금할인제도에서 갤럭시S8 가입 시 7만5900원 요금제 2년 약정 시 요금할인액은 36만320원인 반면, 지원금은 15만8000원으로 혜택이 갑절 이상 차이 난다.

요금할인 규모가 지원금을 추월하는 경향이 중저가 단말기·요금제로 확산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출시한 갤럭시J5는 출고가 34만원에 5만1700원 요금제 가입 시 2년간 지원금이 8만5000원인 반면 요금할인액은 24만원으로 지원금·요금할인 간 격차가 중저가 요금제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택약정할인율 확대에 따른 이통사 마케팅 여력 감소는 중저가 단말기 지원금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선택약정할인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가입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약계층 1만원 요금감면…내년부터 5000억원 수익 감소

과기정통부는 기초연금 수급자와 저소득층 취약계층에 월 1만1000원 요금 감면을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16일 입법예고,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생계·의료급여수급자는 선택한 요금제의 월정액에서 2만6000원까지 감면을 받게 되며 기초노령연금, 주거·교육급여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월정액 1만1000원 감면을 받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수혜자가 약 330만~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4300억~5173억원대 이통사 수익감소가 예상된다.

저소득층 감면은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통사에 해가 갈수록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저소득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국가적 책무인 복지부담을 이통사에 온전히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편 요금제, 2~3년 후 연간 2조2000억원 이상 수익 감소

과기정통부는 보편 요금제를 연내 발의,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이통사와 반발과 국회 논의 절차를 고려하면 보편 요금제는 빠르면 내년 말에서 2020년 정도에는 시행될 전망이다.

보편요금제는 이통사 요금상품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강력한 요금인하 정책이어서 정확한 수익감소 예측조차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제시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음성200분을 제공, 이통사 현행 요금제에 비해 1만2230원이 저렴하다. 이는 이통사가 운영하던 고가 요금제 라인업 전반이 보편요금제로 수렴, 전체 1만~2만원 이상 ARPU 하락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보편 요금제가 2조2000억원가량 통신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통사와 증권가도 이 같은 수익 감소 전망치 자체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보편요금제에 더해 이통사는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 구축 비용,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정책이 실현될수록 투자비용은 늘어나고 수익이 감소되는 구조에 직면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5G 상용화라는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이통사에 심각한 투자여력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 인위적인 요금인하 추진은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