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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현실에 맞는 정보화 시장 개선 정책

발행일2017.08.13 15:00

“금융은 완료하면서 망하고, 공공은 착수하면서 망하고, 대학은 계약하면서 망한다.”

오래 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사업부서 한 부장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시스템통합(SI)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아는 말이라고 했다. 부족한 사업 예산으로 사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인 상황을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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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그 부장을 만났다. 지금은 임원으로 승진해 사업본부장이다. “실적이 좋으냐”고 물었다. 너무나 놀랍게도 몇 년 전에 한 말을 똑같이 했다. 단 대학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학 시장은 쳐다도 안 본다고 했다.

수년이 지났지만 정보화 시장은 열악하다. 계약과 사업 진행 과정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예산이다. 턱없이 부족하다. 제안요청서 요구대로 사업을 수행하면 100% 적자다. 다수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적자로 경영난에 처했다.

왜 부족한 사업 예산이 책정될까. 사업 계획이나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시 사업 예산을 책정한다. 공공은 기획재정부, 금융 등 민간 기업은 재무 파트에서 각각 예산을 확정한다. 예산은 상당 부분 줄어든다. 기재부 담당 공무원이나 재무 파트 직원이나 모두 IT를 모른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예산을 깎는다.

공공 사업 경우 책정된 예산은 예정 가격 명목으로 다시 10% 줄여서 발주된다. 예를 들어 100억원 규모 사업이라 해도 예가를 적용, 제안 금액 상한가는 90억원이 된다. 가격 경쟁으로 낙찰 가격은 80%로 결정된다. 사업 범위는 100억원 규모인데 예산은 80억원이 된 셈이다.

평가 비율도 문제다. 정부가 가격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기술과 가격 평가 비율을 8대 2에서 9대 1로 높였다. 사업자 선정은 1인 가격 평가에서 이뤄진다. 기술 평가가 9라 하더라도 제안 업체 간 평가 점수 차이가 적어 1인 가격 평가에서 순위가 뒤바뀐다. 일부 기관은 기술 평가 1~3위 업체 간 평가 점수 차이를 2점 이내로 좁힌다. 가격 평가에서 3점 이상을 벌려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기관은 조달청이 이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사업 예산은 낮아진 반면에 사업 범위는 늘어난다. 제안요청서가 모호해 제안·협상 등 과정에서 사업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제안 업체의 무리한 제안도 원인이다.

협상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기부도 요구한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지하철 2기 교통카드 사업 평가에서 특별 항목을 만들었다. 교통카드시스템 구축과 무관한 '교통카드시스템 이용 수익 사업'과 '공사 경영 효율화 기여' 등을 제안하게 했다. 사업자는 수십억원 기부 형태로 해당 항목을 충족시켰다. 기부 요구는 대학도 심각하다.

금융 정보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적용으로 사업 범위는 크게 늘었다.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스템 규모도 확대됐다. 사업 금액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대학 정보화 사업은 상당수가 외면한 지 오래됐다.

IT 서비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됐다. 누구보다도 현장 문제를 잘 알 것이다. 시장을 악화시키는 고질화된 문제인 적정 예산 책정이 시급하다.

전체 사업 수를 줄이더라도 한 사업에 적절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면 얼마든 가능하다. 현실에 맞는 정보화 시장 개선 정책을 기대한다.

[전자신문 CIOBIZ]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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