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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법·제도 고쳐 대형 유통업체 횡포 '원천차단'…업계 자발적 변화가 관건

발행일2017.08.13 12:00
Photo Image<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 분야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은 김상조 위원장이 꼽은 4대 갑을 문제 대책의 '2탄'에 해당한다. 지난달 공정위는 첫 대책으로 가맹 분야 종합 대책을 내놨다.

가맹이 비교적 최근에 부각된 문제라면 유통은 수년간 꾸준히 사회 문제로 제기된 이슈다.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공정위는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의 불공정 행위를 수차례 적발·제재했다. 그럼에도 입점 업체를 상대로 한 대형 유통업체 횡포는 끊이지 않았고, 수법은 갈수록 진화했다.

공정위도 일회성 처벌만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책을 법·제도 개선에 맞춘 이유다. 그러나 김 위원장도 언급했듯 이번 대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자발적 상생 노력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계속 적발해도…또 생기는 대형 유통업체 횡포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2012년 1월 시행됐다. 이후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업자를 조사, 지금까지 총 24건을 적발·시정했다. 과징금도 총 490억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판매 수수료를 공개하고, 유통업계 자율 개선 방안을 마련해 법·제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납품 업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럼에도 대형 유통업체 횡포는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된 수법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로 백화점 등 일부에서 불공정 관행이 개선되는 모습도 보였지만 큰 변화는 없다”면서 “수법만 바꿔서 납품 업체에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비용을 부당하게 부담시켰다”고 말했다.

공정위 분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공정위는 “현행법과 집행 체계는 불공정 거래 억제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납품 업체 피해 구제, 권익 보호 등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여러 차례에 걸친 조사·제재에도 부당 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등 일부 법 위반 행위가 지속·반복됐다”고 덧붙였다.

◇법·제도 개선으로 횡포 '원천 차단'

공정위는 기존 법·제도의 큰 틀부터 재점검·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법 위반 억지력, 납품 업체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집행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납품 업체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기반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 감시를 확대한다. 이와 함께 현장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자율 협력을 유도할 방침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가장 눈에 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법 위반 사업자 행위가 반사회적일 때 실제 손해보다 훨씬 많은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악의적 불공정 행위 때 3배 배상 책임을 부과할 계획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손해 배상 범위를 '3배 이내'가 아닌 '3배'로 못 박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손해액이 확인되면 3배를 의무 배상하도록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3배 자동 부과가 아닌 '이내'로 규정해 실질적 손해 회복, 미래 위법 행위 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액과징금 상한을 종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인다. 공정위는 법 위반과 관련 있는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는 정액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액 과징금 상한을 높이고 부과 요건도 합리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면서 “정부입법안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사각지대로 지적된 '무늬만 임대업자' 문제도 해결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만 규제하도록 했다. 이를 악용해 실제로는 유통업을 수행하면서도 '임대업자'로 등록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아웃렛, 복합쇼핑몰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상품 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임대업자에게도 법을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관건은 '자발적 상생 노력'

이번 대책이 성공하려면 결국 업계의 자발적 상생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정위도 업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이번 대책에 일부 담았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인센티브 정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공정위는 기존 자율 개선 방안을 도입한 TV홈쇼핑, 백화점, 대형마트 외에도 온라인쇼핑몰, 전문점 등이 개선 방안을 마련·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업태별로 매년 납품 업체 의견 수렴, 유통 업체 협의 등을 거쳐 추가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기존 자율 개선 방안에 지속 반영한다.

김 위원장은 향후 유통 채널별, 업태별 주요 사업자와 협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원이 집중 발생하는 부문은 업체에 자율 노력을 요청하고 상생 모델을 구축하도록 독려한다.

김 위원장은 주요 부문에 '모범 규준'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법률 구속력은 없지만 기업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유통업계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가맹 업계에도 오는 10월까지 모범 규준을 만들어 발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정부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모범 규준을 많이 폐지한 점이 아쉽다”면서 “중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업계와 충분히 협의, 법률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을 모범 규준 형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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