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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가뭄 뒤 홍수, 아직 끝나지 않은 재앙

발행일2017.08.09 15:00
Photo Image<이승학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

불과 한 달 전에 최악의 가뭄을 겪은 대한민국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최근 내린 장대비는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많은 지역이 침수 피해를 볼 때까지 그치지 않았다. 가뭄이 홍수로 바뀐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후 변화 탓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강우 패턴 변화' 때문이다. 60여년 동안 국내 강우 자료를 보면 강우 일수는 줄어든 반면에 시간당 30㎜ 이상이 내리는 호우 일수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 해 동안 내릴 비가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내리는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해마다 뚜렷해지고 있다. 어쩌면 이번 '가뭄 뒤 홍수'는 예견된 것이고, 다음 재앙은 다시 가뭄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강우 패턴 변화는 물이 부족한 시기와 물이 넘쳐나는 시기를 극단으로 구분되게 했다. 이 구분은 앞으로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은 남는 물을 잘 보관해 뒀다가 부족한 시기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된 방법은 저수지나 댐 저장이다. 그런데 올해 가뭄 때는 저수지, 댐의 수위도 안정된 물 공급이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덥고 건조한 날씨에 보관된 물이 증발했다. 대기 중에 노출된 지표수 형태로 물을 저장하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에아 저장하는 것이 좋을까. 바로 땅속이다. 땅속 물은 증발에 의한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녹조 등 오염물질로부터도 안전하다. 자정 작용에 의한 수질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잉여수를 지하 대수층(지하수가 흐르는 층)에 주입해서 지하수 형태로 보관하다가 필요한 시기에 회수해 사용하는 방법을 인공함양(ASR)이라고 한다. 주입하는 물의 종류는 수량이 풍부한 시기의 지표수가 될 수도 있고, 하·폐수의 재이용수가 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진 지하수가 될 수도 있다. 빗물도 가능하다.

유럽은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2013년 기준 12곳의 (관정 주입을 통한) ASR 부지를 운용하고 있다. 음용수,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네덜란드는 지하수대의 높은 염분 농도를 극복하기 위해 염 지하수대에도 안정된 담수체 형성 기법을 개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는 지하수 보충시스템을 통해 역삼투 공정을 거쳐 정화한 하수를 ASR 한다. 이 물을 주요 상수원으로 사용한다. 빈번한 가뭄을 겪고 있는 남부 호주의 ASR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우리나라도 2012년에 수립된 지하수 관리 기본 계획에 대용량 지하수원 개발, ASR 기반의 지하수 확보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에서야 현장 실험 규모의 시도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ASR는 여러 나라에서 검증됐고, 역사가 오래 된 기술이다. 그럼에도 관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취수원에서 지하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취수원의 90% 이상을 댐과 하천 표류수에 의존했다. 지하수가 차지한 비율은 연간 취수량 기준으로 2.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정책상의 수자원 확보로 보기가 어렵다. 대체 수자원으로서 지하수에 대한 기대치, 지하수 확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ASR의 국내 적용 성공을 위해서는 땅속 구조의 ASR 가능성에 대한 체계화한 조사가 필요하다. 기술 수준 고도화도 선행돼야 한다. 최근 ASR 연구 과제에서 기술 고도화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가뭄 대응 방안을 염두에 두고 'ASR 기반 무약품 먹는 물 생산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지하수 내 금속이온을 활용한 주입수 전 처리 기술, 땅속 수질 향상 효과에 대한 정량화 기법, 무산소 나노막 시스템을 이용한 함양수 후처리 기술, 수치 해석 기반의 땅속 투수 특성 정밀 예측, 담수체 형성 구간 파악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가뭄에서 확인했듯 우리가 지금껏 의지해 온 지표수는 더 이상 안정된 수자원이 아니다. 가뭄은 다시 올 것이다. 심각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대안은 땅속에 있다. 이를 택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이승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 seunglee@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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