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하다보면 위기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때 리더(경영자)의 몫이 절대적입니다. 리더가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하느냐에 따라 기업 운명이 좌우됩니다. 위기를 잘 극복하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입니다.”

멸망한 국가로부터 위기 경영 해법을 찾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출판계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경영지침서 '위기경영 이야기:비잔틴 제국은 어떻게 무너졌는가'의 저자인 이건창 성균관대 교수는 경영자의 최우선 덕목을 위기경영으로 강조했다.

우선 '위기 판단'을 리더의 가장 큰 역할로 꼽았다. “일반적인 불황은 '양성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견디면 해결된다”면서 “하지만 금융위기나 시장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것은 '악성위기'로 이때 리더가 어떻게 판단하고 해법을 만들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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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례로 노키아, 코닥필름, 블랙베리, 야후 등이 있으며 15세기에 몰락한 비잔틴 제국과 닮은꼴이라며 그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저서에서 비잔틴 제국에 주목한 이유는 '몰락 기록' 때문이다. 천년 왕국을 자랑하던 비잔틴 제국 국민들이 멸망한 후 3개월 동안 생생한 패배 이유와 과정을 역사서에 기록해놨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패망 과정을 이렇게 세밀하게 기록한 역사는 전무후무하다”면서 “오래전 기록이지만 오늘날 실패한 기업들이 겪은 과정과 놀랍게 일치하며 이를 통해 위기에서 이겨낼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저서에서 설명한 비잔틴 제국의 멸망 키워드는 위기 인식 부족이다. 여러 경고에 무감각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비책을 못 세웠다. 왕위 찬탈이 일어날 정도로 내분이 깊었고 전력 운용도 허술한 가운데 전략적 요충지를 상실하면서 이미 제국의 운명은 기울어졌다.

기업 경영도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에 닥치는 위기 규모가 클수록 체감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며 특히 시장 전체가 재편성되는 초대형 위기일수록 '골든타임'이 길기 때문에 이때 대비해야한다”면서 “비잔틴 제국과 같이 우물쭈물하다가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영에 위기가 닥쳤을 때 리더는 신속하고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한다고 조언했다. “리더가 불안해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일 때 곧바로 조직 전체로 퍼지게 되며 특히 자리에 연연해할 경우 조직이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실패에서만 교훈을 찾지 않았다. 그는 장진호와 덩케르트 철수 작전을 위기를 극복한 성공 사례로 주목하고 경영자에게 꼭 필요한 위기경영 에센스를 추려 저서에 소개했다.


이 교수는 “기업의 위기 상황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경영자 본능에만 의지해서 대비할 수는 없고 치밀한 훈련과 대비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면서 “위기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은 아직 많은 부분에서 훈련이 부족해 이에 대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