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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AI)이 엔진이라면 데이터는 원유다. 4차산업혁명분과위원회에서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자산이자 경쟁력이고, AI 능력은 데이터에 비례한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무형 자산인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미래 사회를 '데이터 주도 경제 시대'로 지칭한다.

A사는 장비 계측 데이터와 정비 이력을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해서 고장 시점을 예측하는 '예측 정비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다. 필요한 학습 데이터는 사물인터넷(IoT)으로 생성되는 데이터가 많고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쉽게 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데이터 취득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 빅데이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 분야도 다양한 정부 규제로 말미암아 빅데이터 활용이 초보 단계에 있다. 데이터 취득이 다소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과연 4차 산업혁명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공공 데이터 공개와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강조하지만 데이터 활용은 저조하고, 관련 산업은 낙후됐다. 개인정보보호법 규제와 데이터 개방의 전략 접근이 없다. 데이터를 땅에 비유하면 개인 사유지 보호에만 신경을 써서 공공 이익을 위해 도로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상황이다. 공공 연구개발(R&D)을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도 매우 부족하다. 최근 데이터 확산을 위해 개인정보 비식별화 등 움직임이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데이터 공개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 공공 데이터도 확대 개방돼야 한다. 민간 데이터를 공개하고 공공 데이터와 결합, 데이터 기반의 산업 융합을 더욱 가속시키는 등 데이터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 인프라 개념으로, 데이터를 사회의 모든 소통과 기반 필수 요소이자 사회 및 경제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국가가 철도·도로를 건설하는 것처럼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 사회 구성원이 데이터 인프라를 이용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공익 데이터가 필요하다. 프랑스가 지난해 제정한 디지털공화국법에서 나온 개념이다. 공공의 이익 달성을 위해 공공과 민간 데이터 공개 범위를 확대, 데이터 경제를 촉진시켰다. 민간 데이터는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데이터 준공공재 개념을 적용시킨다.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령 개정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데이터 인프라와 공익 데이터 개념을 반영한 새로운 데이터 법 제정을 범국가 차원에서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프랑스 디지털공화국법은 폭 넓은 데이터 확산에 따른 공익 연구의 자유로운 데이터 접근을 보장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평등한 권리, 포괄 개념의 디지털 사회 구현을 통한 박애를 균형 있게 다루면서 자유에 해당되는 데이터 확산도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민·관 데이터 활용 추진 기본법을 제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효율 활용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일본 정부가 자동차 회사가 쌓은 고객 주행 기록이나 위치 데이터를 여행·음식점과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새로운 공익을 위한 데이터법 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 해도 개인정보와 무관한 데이터 공개를 적극 확산시킨다. 공공 정보의 개방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공재 성격의 전력 데이터를 우선 개방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에 빅데이터센터를 개설했다.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특허, 법률, 일반상식으로 구분해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공익을 위해 민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 자선 활동 홍보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달성을 위한 필수 데이터 보급을 각 기관이나 기업 자의의 판단, 데이터 자선을 위한 자비심에만 의존할 수 없다. 국가가 공익을 위한 데이터 활용을 제도로 가능하게 해야 한다. 최근 한 행사에서 국회의장이 “4차 산업혁명 선도, 국회가 앞장서겠다”라고 한 발언에 기대를 걸어 본다.

김종현 데이터산업협의회장(위세아이텍 대표) jonghyun@wi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