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이 삼성,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조직 체계인 '애자일 스쿼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IT 기반 핀테크 산업이 떠오르자 50여년 동안 고수해 온 항아리형 조직 체계를 버리고 스피드와 IT 강점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최근 디지털 기반의 조직 가동 효율성을 위해 애자일 스쿼드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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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삼성, 네이버 등 IT기업의 조직체계인 '애자일 스쿼드(Agile Squad)'제를 도입한다. KB국민은행 미래채널 그룹 내 스타뱅킹 개편 스쿼드가 8일 스타뱅킹 이체 프로세스 UI 개편 회의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KB국민은행은 기존 팀별 조직을 핵심 프로젝트 단위로 재편한 스쿼드 조직 10곳을 신설, 운용에 들어갔다. 스쿼드는 은행 업무 전반을 이해하는 책임자(과·차장)급 리더와 신세대 대리급 등 6~7명으로 구성한다. 주로 모바일이나 디지털 관련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일률화한 보고 체계를 없애고 회의를 위한 서류나 보고서도 없다. 의사결정을 빨리 하고 외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책임도 해당 팀에서 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쿼드 조직은 위계질서를 없애고 수평 문화를 통해 의사소통 자율화를 추구한다”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은 물론 외부 변화에 신속 대응을 할 수 있어 보수성 강한 은행의 조직 문화와 복잡한 의사결정을 걷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디지털금융 부문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스쿼드 조직인 '디자인 벙커'를 지난 4월 가동했다.

디자인 벙커는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직원과 전산 자회사인 우리FIS,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LG CNS, 삼성SDS 등 ICT 업체 직원들이 한 팀을 구성했다. 총 4개 셀로 운영된다. 셀별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타당성을 직접 검증한다. 검증 완료 즉시 도입한다.

그동안 은행이 업무 협약을 통한 제휴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우리은행은 사업 초기에 IT 기업을 끌어들여서 디지털 혁신을 도모했다.

KEB하나은행도 신기술 금융과 혁신 사업을 이끌어 갈 자가 완결형 실행 조직 6개 셀을 가동하고 있다. 각 셀에는 2~4개 프로젝트를 꾸려서 사업을 추진한다. 총괄 장은 부서장 권한을 행사한다. 이 밖의 운영 관련 일상 업무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직원은 처음 셀 조직으로 발령받으면 잡 페어를 통해 희망 프로젝트를 복수 신청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업무를 배치한다. 7월 기준으로 직원 100여명이 6개 셀 20여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신한은행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그룹 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총 7개 랩 조직을 신설했다. △M-folio(로보어드바이저) △AI(챗봇, 음성뱅킹) △DA(디지털 얼라이언스: 이종사업자 디지털 제휴) △페이먼트(신기술 적용 결제 프로세스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핀테크 기술 동향 리서치와 기업 발굴·투자, 오픈 API 사업) △블록체인 등이 포함된다.

NH농협은행도 스쿼드 조직과 유사한 새로운 조직을 꾸리고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들어갔다. 패스파인더와 스마트리더라는 조직이다.

패스파인더는 미지의 길을 학습·탐사하는 모임으로, 199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화상탐사선에서 이름을 땄다. 젊은 직원의 자율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매월 자율 주제를 선정해 토론한다. 카카오, 네이버 등 유수의 IT 기업을 견학하며 4차 산업혁명 대비 훈련과 경험을 쌓고, 이를 사업으로 연계한다. 올해 말까지 스마트리더 111명을 선발, 스마트금융 부문 제도 개선과 마케팅 고도화 작업도 진행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수 형태의 은행 조직 문화와 복잡한 의사 결정을 걷어 내기 위한 실험이 될 것”이라면서 “기존 조직보다 속도가 빠르고 IT를 전면에 배치하는 조직 변혁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표]시중 은행 애자일 스쿼드 운용 현황(자료-각사 취합)

은행, '애자일 스쿼드' 도입...'스피드·IT' 전면에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