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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지니언스는 첫 자회사 지니언스USA를 설립했다. 1년여 동안의 시장 조사 과정에서 현지 네트워크접근제어(NAC) 마케팅, 기술 인력을 확보했다. 영어권 사용자를 위한 제품 사용법 개선을 진행하는 등 많은 것을 준비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동부 글로벌 기업·교육기관 대상의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다. 초기 고객 반응은 좋았다. 기대감도 컸다.곧 넘기 어려운 벽에 부닥쳤다. 자사 NAC 제품을 사용하며 호평하던 고객사는 우리 제품이 아닌 글로벌 기업 제품을 최종 선택했다. 고객사 관리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관리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다 장애 등 문제가 발생해도 관리자인 나에게는 큰일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IT 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퇴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니언스 NAC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던 시기다. 미국 경쟁 회사에서 근무하던 현지 인력이 지니언스에 합류,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다. 그런 만큼 좌절감도 컸다.

기술력만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글로벌 IT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 장벽에 관해 고민했다. 효율 높은 비즈니스 모델도 생각했다. 우리에게 없는 자원 말고 자신 있는 부분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복잡한 국내 IT 환경에서 인정받은 NAC 제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 기술력과 제품으로만 승부하는 온라인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접근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대기업·공공기관 시장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중점 고객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기조 속에 지니언스는 올해 초 RSA 콘퍼런스를 통해 클라우드 버전 NAC 서비스를 정식 출시,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하도록 자체 구축한 NAC 서비스는 세계 24개국 79개사에 서비스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NAC 서비스는 40개사가 가입, 실제 33개 고객사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아직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리가 목표로 정한 길을 꾸준히 걷는다면 세계의 많은 고객사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니언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할 수 있게 됐다. 중동, 남미, 유럽, 아시아 지역의 수십개 국가 고객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은 오프라인 파트너를 발굴하고 그 파트너를 검증, 우리 제품을 인지시키는 전통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온라인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지금 당장 우리 NAC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해 보고 우리 NAC 솔루션이 마음에 든다면 적정 가격으로 전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득하면 된다.

지니언스는 글로벌 비즈니스 초기 기업이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이 적지 않다. 기존의 개발 판매 모델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린다면 실패 가능성이 짙다. 기업 역량을 제품과 기술에 집중시키고 사용자가 손쉽게 선택하는 클라우드 모델만이 성공 가능성을 장담한다.

이동범 지니언스 대표 geni@genia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