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운전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전용 번호판이 오히려 사회적 홀대를 받고 있다. 경찰 차량 단속에 붙잡혀 검문을 받는가 하면, 관할 구청으로부터 불법물 교체(철거) 요구도 받는 등 곤욕을 치루고 있다.

단순 해프닝으로는 보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부터 정책 홍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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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지난 6월 9일부터 시행한 전기차 전용 번호판 이미지.

8일 전국 전기차 이용자에 따르면 다수의 전기차(BEV) 운전자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서, 국토교통부 민원처리 대상에 올랐다. 이들 운전자가 자동차 번호판을 불법 개조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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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지난 6월 9일부터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 운전자들 자긍심을 높인다는 취지로 전용 번호판 도입을 의무화했다. 공공시설 주차료와 각종 통행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카메라가 감면대상임을 자동인식하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최근 서울·제주·울산·인천·성남·대전·창원 등 전용 번호판을 채용한 다수 전기차 운전자가 피해 사례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속출하고 있다.

민원 유형도 다양하다. 주행 중에 경찰 단속 차량에 붙잡혀 현장 검문을 받는가 하면, 관할 구청으로부터 불법물 교체(철거) 명령을 받고, 또 일부는 정부의 신문고에 신고접수돼 국토부로부터 시정 조치까지 받았다.

서울의 한 전기차 이용자는 “구청으로부터 불법물 철거 조치 공문을 받아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할 경찰서로부터 현장 검문까지 받았다”며 “정부가 전기차 번호판 의무화를 도입했는데도, 정부나 지자체와 경찰서가 모르고 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9일 출고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부터 파란색 바탕의 전용 번호판 의무 부착을 시행했고, 이전 출고 전기차도 해당 번호판으로 교체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1500개 번호판 부착이 시행될 만큼 아직 정책 초기라 일부 민원이 발생했다”며 “번호판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민원은 해소될 것이고 앞으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