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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차 산업혁명 시대, 규석기인을 기다리며

발행일2017.08.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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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아이돌 가수의 새 앨범을 두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곡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전통의 음반 형태인 콤팩트디스크(CD) 대신 USB 플래시 드라이브를 활용한 게 발단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USB 메모리 내에 디지털 음원 대신 곡을 내려 받을 수 있는 링크를 수록하는 방법이 기존의 음반 집계 기준에 부합하는지 음악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야기였다. 아티스트 창의성이 기술과 맞닿아 사회에 물음표를 던진 사례다.

아직은 음원과 앨범 재킷 이미지, 가사집, 뮤직비디오 등을 한데 담은 한정판 의미가 짙지만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USB 메모리가 곧 음반 매체의 판도를 바꾸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삼 놀랄 일은 아니었다. 레코드판이 카세트테이프로, 다시 CD플레이어로 대체된 것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이 늘 진화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인간 생활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록 저장장치는 '돌'이다. 이후 서양의 파피루스와 양피지, 동양의 한지를 거쳐 현대의 플로피디스크·CD·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으로 저장매체의 주류가 변하는 동안 사람이 다뤄야 할 지식 정보의 종류 및 양도 과거에 비할 바 없이 늘었다. 인간에게 있는 계산 도구가 연필과 종이뿐이었다면 매일 산처럼 쏟아지는 책 더미 속에서 일찌감치 머리가 하얗게 셌을 것이다.

곤경에 빠진 인간을 구한 건 다름 아닌 반도체였다. 정신노동을 대신하며 정보의 연산, 저장, 처리 등을 도맡아 했다. 곧 감성을 입은 알파고 모습으로 인간의 사고와 판단까지 맡게 될 것이다. 이 손톱만 한 전자제품을 빼놓고는 지금껏 인간이 이룬 온갖 현대 문명의 이기도 미래 세상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필자는 현대를 '규석기 시대'로 정의하고 싶다. 규석기란 반도체 원자재인 규소(실리콘)의 머리글자를 딴 조어다. 구석기의 돌, 청동기의 구리, 철기의 강철에 이어 한 줌의 모래가 첨단 공학을 만나 대변혁을 일으키는 반도체 사회를 의미한다. 3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반도체는 이제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을 부르며 끝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중요한 반도체에 관해 명쾌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전공자나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내 일 또는 내 직업이 아니라며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반도체가 우리 일상에서,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다. 반도체 지식 대중화가 더 필요한 이유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반도체 산업에 발을 들이며 각종 전문 서적을 탐독하고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면서도 '반도체란 이런 것이다'라는 일목요연한 대답을 얻을 수 없어 고민하곤 했다. 결국 이리저리 흩어진 정보를 어렵사리 짜 맞춰 가며 갈증을 달래야 했다. 관련 공학 기술과 역사·산업계의 흐름 등을 망라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책을 쓰고자 하는 생각도 그때부터였다.

현장의 기업인으로서 최근 책을 펴내는 한편 반도체를 향한 누군가의 호기심을 채우는 데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과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청소년이나 평소 반도체에 관심이 있었지만 점철된 전문 용어와 딱딱한 설명에 지친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반도체가 일반 대중과 더 친숙해질수록 그 속에서 규석기 시대를 주도할 창의 인재, 즉 '규석기인'도 더욱 많이 나타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출 1위 품목은 반도체다. 이 작은 조각 하나가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리고, 문화를 바꾼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우리 반도체 산업에 제2의 부흥기를 몰고 올 규석기인의 출현을 희망한다.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beccokr@b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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