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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덕 경희대 글로벌 산학 특임부총장 (사진=전자신문DB)

최근 세간의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누구는 오지도 않은 현상을 얘기한다 하고 혹자는 앞으로 세상을 완전히 바꿀 현상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주로 자기가 속한 산업을 대상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전체 모습 이해가 필요하다.

1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으로 발전한 흐름은 인간을 편하게 하는 방향으로 혁명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1차는 힘이 드는 어려운 일에서 해방, 2차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자유, 3차는 힘은 덜 쓰면서 효율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인간이 이 모든 것을 지켜봐야 시스템이 작동되는 흐름이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는 인간이 지켜보지 않더라도 시스템 스스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인간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했다고 보면 궁극의 종착점은 자율 시스템 도입이 분명하다. 인간의 통제 없이 작동하는 자율 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율 시스템은 무엇인가. 대표 사례가 우리 인간이다. 인간은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런 것을 시스템에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시스템이 주변을 센싱하고, 자체 의사 결정 과정으로 판단하고,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한가. 예전부터 설비와 측정 장비로 센싱과 실행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시스템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내리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등 일부 기능은 반도체와 기계 장치가 수행한다. 그러나 아직도 인간 수준의 오감을 확보하기 위해 센서 기술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인간의 판단 기능은 오감으로 우리 몸에 축적한 경험 및 지식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데이터 모음이 아니라 데이터가 의미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필요한 지식까지 제공할 수 있는 빅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최적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과 도입이 요구된다. 물론 법 관련 이슈와 윤리 이슈까지 포함돼야 한다.

실행도 기계 수준을 넘어 인간 감정까지 표현하는 로봇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시스템이 스스로 센싱·판단·실행을 하려면 모든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 인프라로 최소한 5세대(5G)급 인터넷 망이 절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세상은 인간이 편리하게 생활하도록 발전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단순 기계식 작업으로 반복하는 일은 시스템에 맡기고 인간은 좀 더 생산성 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1차 산업혁명 때 증기 기관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3차 산업혁명 때는 단순 보고서와 회계 업무를 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업무가 창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결론을 말하면 단순 업무는 기계와 컴퓨터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의 혁신 사업을 만들면 전체 비즈니스 규모를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변화 추세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발전 방향 관련 콘셉트와 핵심 기술을 먼저 선정해야 한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 등 단순한 나열식 기술 개발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강점과 앞으로 강대국이 되기 위해 절대 필요한 기술을 선정·개발해야 한다. 당연히 이렇게 선정된 기술을 개발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을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조용덕 경희대 글로벌산학특임부총장 ydcho@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