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시험동 테스트룸 10호. 천리안 위성 2호 본체를 조립하는 곳이다. 이 공간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채 철저하게 위성 조립만을 위해 존재한다.

발을 들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작은 티끌 몇 개만 들어가도 위성의 성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방진복과 방진모자를 착용하고 에어샤워까지 마친 뒤에야 테스트룸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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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연구인력이 조립중인 천리안 2-A호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용상순 책임연구원, 고대호 선임연구원, 김형완 선임연구원

처음 접한 위성 조립 시설은 '꽉 들어찼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넓은 실내 운동장만 한 베이지색 벽면은 위성 조립을 위한 위성체와 전장부품을 비롯해 수많은 시험 및 조립 시설로 가득 차 있었다.

“천리안 위성 2호는 기상, 우주기상 환경, 해양 분야에 활용될 각각의 탑재체를 싣고 발사됩니다. 그만큼 부품이 많고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형완 정지궤도복합위성체계팀 선임연구원의 귀띔 말이다.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호'는 네 종류의 탑재체를 싣고 발사된다. 전에 없던 도전적인 임무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임무이기 때문이다.

테스트룸 입구 반대편에서 '센트럴 튜브'로 불리는 위성의 원통형 골조 두 기가 눈에 들어왔다. 각각 천리안 위성 2-A, B호의 것이었다. 본래 이곳에서 내년 발사 예정인 2-A호만 조립하고 있었지만 지난 6월부터 2-B호 조립도 함께 진행한다. 2-A호는 기상 및 우주기상 탑재체, 2-B호는 해양 및 환경 탑재체를 각각 싣고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위성은 추진계 탱크가 자리 잡는 원통을 각종 전장 부품 및 패널이 둘러싸는 형태로 조립(커플링)된다. 엄청나게 많은 선과 부품이 뒤얽혀 있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한쪽에서는 엔지니어 한 명이 가로로 누인 2-A호 패널 위에 설치된 책상 위에 엎드려서 조심스럽게 선을 살피고 있다. 위성 조립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작업이어서 이런 류의 작업이 많다. 워낙 많은 부품과 전선을 다루다 보니 조그마한 실수도 큰 여파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을 연결하는 전선 다발을 '하니스'라고 부르는데 무게가 전부 80㎏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무수히 많은 선의 연결 상태가 정확한지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조립을 끝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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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연구진이 천리안 2-A호에 조립될 패널 위에서 부품과 선을 조립하는 모습


이상률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천리안 2호 개발을 위한 과정이 어렵지만 전에 업던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천리안 2호는 정지궤도 복합 위성 분야에서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사례”라면서 “이 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앞으로 다양한 국가 임무 정지궤도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