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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원격의료 허용 '재점화', '저성장' 해소 도구 활용 목소리

발행일2017.08.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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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사 간 원격 의료 허용 논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가 10년 동안 추진해 온 원격 의료를 포기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성을 검토하면서부터다. 의료계·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도 완강한 반대에 부닥쳤던 원격 의료는 공정위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허용 목소리가 재점화됐다.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가 굳은 의지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격 의료는 원격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의료진 간 임상 의견을 교류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격 상담, 원격 진료 및 처방, 원격 수술, 원격 간호, 원격 의사 교육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컴퓨터, 화상통신 등의 ICT를 활용해 원격지 의료인에 대해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 간 원격 의료만 허용된다.

복지부는 지난 2013년 10월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 의료 허용을 추진했다. 원격 의료가 가능한 환자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도서·벽지 거주자 등으로 제한했다.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은 동네 의원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국회 상정조차 못하고 표류했다. 올해 초 복지부는 간판을 'ICT 활용 의료'로 바꿔 만성질환자 대상의 원격 관찰·교육·상담만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마저도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해묵은 원격 의료 논쟁, 공정위 등장으로 새 국면

원격 의료를 반대하는 측은 대면 진료와 비교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영리화의 시발점이 되는 동시에 원격의료 장비 판매로 일부 기업의 배불리기가 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다. 지난달 청문회에서 자신의 임기 동안 원격 의료 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도 입법 추진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원격 의료는 최근 공정위의 움직임에 새로운 기류가 흐른다. 공정위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뜯어보겠다고 한 것이다. △과도한 등록·허가·자격 요건 등으로 신규 진입을 제한한 규제 △사업자의 혁신 영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부처 간 규제 범위가 달라 사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 △과거에는 유효하던 규제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맞지 않는 규제 △제품의 상업 이용을 제한해서 산업 활성화를 억제하는 규제 △외국 기업의 국내 진입이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 등 6개 항목을 살핀다.

원격 의료는 조사 항목 대부분에 해당된다. 공정위도 원격 의료 금지가 경쟁 제한성 규제 요소로 판단,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주무 부처조차 포기한 원격 의료를 공정위가 새롭게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원격 의료 허용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베이트 등 관리·감독에만 집중해 온 공정위가 원격 의료 규제를 살핀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분석한다. 큰 틀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과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현 정권의 기조를 잇는다. 다른 한편으로 원격 의료를 산업 측면뿐만 아니라 '이용자 권익 보호'로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격 의료 허용의 당위성은 산업 파급 효과도 크지만 실질 혜택은 이용자(환자)에게 돌아간다.

도서·벽지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는 물론 수시로 의료 상담이 필요한 환자에게 원격 의료는 효율 높은 도구다. 수년 동안 시범 사업으로 의료 서비스 질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의료 영리화 주장도 현재 의료법 상 의료기관이 투자를 받거나 이익을 축적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몇 년 동안 원격 의료의 필요성과 신뢰성은 검증이 완료된 상황”이라면서 “복지부가 의료계, 시민단체의 반대로 추진을 못하는 것은 사실상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나선 것은 법 안에서 이뤄져 온 원격 의료 허용 논의에서 벗어나 이용자 관점에서 받는 불이익을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덧붙였다.

◇국가 과제, '원격 의료'가 대안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가 과제는 '저성장'이다.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가전기기 등은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지형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민첩한 대응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헬스케어는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꼽힌다. 세계 수준의 의료 서비스와 ICT를 접목한 원격 의료는 헬스케어 산업 성장에 날개를 다는 격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추정한 2015년 기준 세계 원격 의료 시장은 1600억달러(약 172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도 원격 의료 규제가 풀리면 5년 동안 2만개가 넘는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

우리나라 IT 접목 속도는 세계 수준이다. 의료계에서도 IT 접목이 활발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민성까지 결합,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와 솔루션이 출시됐다. 의사의 진단, 진료가 빠진 상황에서 이용자 충성도 및 신뢰도는 떨어진다.

시장이 크지 못한 데다 관련 기업도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헬스커넥트는 당뇨병 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의료기기 허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의사 상담과 의학 지식 컨설팅이 들어가는 기능 때문에 국내 영업이 불가능, 중국·남미 등으로 떠났다.

저성장의 늪은 고령화와도 맞물린다.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5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를 차지한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가 넘으면 '고령 사회'로 각각 부른다. 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는 2026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 심화는 노동력 부족을 유발, 국가 성장을 저해한다. 더 심각한 것은 고령화로 인한 고령 만성질환자의 증가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건강보험 적용 인구는 645만명으로 전체 12.7%를 차지했다. 총 진료비는 25조187억원으로 전체 38.7%에 이른다. 고령자 진료비의 80%는 치매, 폐렴, 무릎관절,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다.

시간이 갈수록 고령 만성질환자 진료비는 크게 증가, 국가 보건 재정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회보험재정건전화정책협의회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연평균 8.7% 증가, 2024년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총 급여비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5년에는 50%에 육박하게 된다. 이런 추세라면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적자로 전환된다. 적립금은 2023년에 모두 소진된다.

고령 만성질환이 저성장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원격 의료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당뇨, 고혈압, 치매 등 주요 만성질환은 입원 등 적극 치료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또는 일주일에 서너 번 상시 관리가 필요하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라는 점, 상시 진료·상담이 필요한 점에서 원격 의료가 효율이 있다. 적극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까지 진행되면 국가 건보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이철희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가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라면서 “국가가 모두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전 병원장은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 의료기관은 관리가 어렵다”면서도 “발전된 ICT를 활용한 원격 진료는 국민 건강은 물론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네의원 중심 원격 의료 새판 짜자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와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공정위가 촉발한 원격 의료 재검토의 움직임은 정책 변화로 관철돼야 한다. 의료 영리화, 대형 병원 쏠림 현상 등 반대 목소리를 감안해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 의료의 새판을 짜야 한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동네의원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원격 의료 거점으로 활용한다. 왜곡된 의료 전달 체계 속에서 진료, 처방에 몰두하는 동네의원과 대형 병원은 공존하기 어렵다. 동네의원은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 상담 등 예방의학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원격 의료 시스템 구축비용이 관건이다. 원격영상시스템, 전자진료시스템 등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스템비용 관점보다는 만성질환 관리비용으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유사·중복 사업은 물론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는 사업도 적지 않다.

한 병원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동네의원은 수천만원이나 되는 원격의료 장비를 구매하기도 어렵고 교육도 문제”라면서 “제각각 이뤄지는 만성질환 관리 사업과 1차 의료기관 지원 사업을 결합, 원격 의료 지원 사업을 펼친다면 재원 지출 합리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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