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올드 미디어'다. 1895년 프랑스 르뮈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지 120년이 넘었다. 이후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종합 예술 매체로 자리 잡았다. 텔레비전(TV) 등장 때는 영화 산업이 몰락할 것이라는 과격한 전망도 나왔지만 빗나갔다.

영화관은 여전히 설레는 공간이다. IPTV로 수백 편 영화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영화관을 찾는다. 압도적인 영상과 음향, 콘텐츠를 '관음'하는 몰입 환경은 일상을 벗어난 이벤트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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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상영 기술의 진화는 영화의 명맥을 이어준 일등공신이다. 영화의 기본 원리는 흰색 또는 은색 막(스크린)에 영사기 또는 프로젝트로 쏜 영상을 비추는 것이다. 영사기 발명이 영화 산업의 출발이다. 미국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1894년 개발했다. 필름의 상을 광원, 렌즈로 확대해 연속으로 비춘다.

영화가 아날로그 필름을 벗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영화계에 '디지털' 바람이 불었다. 촬영, 편집, 상영 전반에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디지털 기술이 영화의 미학을 따라갈 만큼 발전했고, 제작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많은 카메라를 동원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로 구현하기 힘든 다양한 앵글의 영상을 촬영한다. 촬영한 영상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 비선형(non-linear) 편집, 후반 효과 작업에 유리하다. 상영 측면에서도 현상 비용 절감, 대규모 동시 배급이 가능하다.

특수 안경을 쓰고 3차원(D) 영상을 관람하는 3D 영화는 2009년 '아바타'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3D 영상에 바람, 진동을 느끼게 하는 '4D 영화'도 유행했다. 이후 안경 착용에 따른 불편, 히트작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인기가 사그라졌다. 기술은 훌륭하지만 관객 수용성이 문제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3D 영화 점유율은 2010년 15%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이맥스는 최근 들어 각광받는 상영 기법이다. 1970년대부터 개발됐지만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 사람이 볼 수 있는 최대 폭으로 영상을 제공한다. 일반 화면보다 10배 큰 스크린에 영사한다. 촬영 단계부터 전용 필름과 카메라를 쓴다. 프레임 당 크기가 35㎜표준 필름의 9배에 달한다.

상영관도 개조해야 한다. 스크린은 눈의 최대 시야각인 143도에 맞춘다. 우리 눈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반영해 객석 각도를 25도 가량 기울였다. 촬영과 상영, 공간까지 우리 눈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펙터클'을 구현하도록 만들었다.

'스크린X'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해 상용화하는 토종 상영 기술이다. 상영관의 양쪽 벽까지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스크린과 양쪽 벽에 동시에 영상을 띄울 수 있는 멀티 프로젝션 기술, 콘텐츠 재구성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스크린X 진가를 누리려면 아이맥스처럼 전용 촬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크린 양쪽에 띄울 영상까지 3면 촬영해야 한다. 아직은 만들어진 영화에 좌·우 화면을 따로 보완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최근 개봉한 '킹아서' '캐리비안해적'은 3면 촬영은 아니지만 스크린X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 정부도 스크린X를 차세대 실감형 콘텐츠로 육성한다.

삼성전자는 상영관에서 영사기와 스크린을 아예 걷어내는, 더 급진적인 전략을 택했다. '시네마 LED'라는 영화관용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공개했다. 은막에 영상을 투사하는 게 아니고, LED 디스플레이가 자체로 영상을 띄우는 방식이다. 영사기 아닌 장비로는 처음 디지털 시네마 표준규격 DCI(Digital CinemaInitiatives) 인증을 획득했다. 4K(4096×2160) 해상도를 지원한다.

LED 디스플레이는 기존 영사기 한계를 극복한다. 밝기가 10배 향상됐다. 암실 외에 밝은 환경에서도 상영할 수 있다.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기술로 명암비를 높였다. 렌즈로 영상을 확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자리 왜곡 현상도 없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세계 상영관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롯데시네마와 협업했다. 롯데월드타워 잠실점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시네마 LED를 설치한 '슈퍼S' 상영관을 설치한다. 음향시장 강자인 하만의 역량이 투입된 것도 강점이다. 중심부가 아니라도 생생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