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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규제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는 사실 화폐로 이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봐도 비트코인은 투자 자산으로 이용된다. 그러나 가상통화를 금융 자산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가상통화의 원목적에서 벗어난다. 또한 미래 지향도 아니다.

가상통화 규제 방안 수립은 전 세계에 걸쳐 통용되는 가상통화 정착에 대비한 미래 사회 포석 차원에서 봐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화폐로서 구체화된 현상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규제의 필요성 공감대는 형성되지만 규제안을 실제로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 국가의 규제 기관이 마주한 어려움이다.

최근 발의가 논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가상통화 자체보다 가상통화를 이용하는 영업 활동에 대한 규제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영업 행위 관련 규제부터 수립, 정책의 시의적절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 요인이다. 동시에 규제의 융통성도 잃지 않았다. 현재 가상통화를 활용해서 사업하는 관련 업계가 요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룰에 대한 수요도 일부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가상통화 규제안 수립은 크게 세 가지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규제 방안 수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사례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규제는 국가마다 처한 상황, 목표, 관점, 역사가 다르다. 무조건 외국 규제가 옳고 쫓아 가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해외에서 가상통화를 금융 자산으로 규제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장기 차원에서 화폐로 쓰이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 규제는 국내 현실과 정책 목표를 반영해야 한다. 가상통화가 새로운 투기 수단이나 투자처로 남는 것이 정책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존하는 가상통화를 자산으로 못 박는 규제는 정책의 방향성과 부합되지 않고, 장기 관점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두 번째는 과세다. 가상통화 과세 방안에서는 정책 방향성보다 가상통화의 이용 현황이 더 중요한 측면이 있다. 최근 박용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서 가상통화 관련 개정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과세 방안에 관심을 기울였다. 너무 서둘러서 과세 방안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제기됐다.

어떤 방법으로 과세가 이뤄지건 누군가는 불만을 품는다. 과세 방안을 현재의 이용 행태에 맞출 것인지 정책 목표에 맞출 것인지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결국 가상통화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부과를 담은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은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현 단계와 형평성 측면에서 옳은 판단이다. 가상통화가 제대로 된 화폐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지켜보면서 추가 정책 조사와 고민,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 논의 사안은 규제 철학이다. 가상통화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만한 주제다.

산업을 규제하는 정책은 해당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가상통화 관련 논의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활성화 방안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의 목적은 산업 내 게임의 법칙을 정해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출하는 데 의미가 있다. 무조건 특정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가상통화 산업 활성화가 4차 산업혁명에서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더라도 정책에 기반을 둔 국가 주도 활성화가 규제의 목표가 되면 안 된다. 가상통화 역시 큰 틀의 규제 목표는 시장 참여자에게 공정한 룰을 제공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있어야 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khhong@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