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기업인들과 만난다. 지금까지의 기업인 회동과는 달리 파격적으로 노타이와 호프데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의제나 시나리오도 없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진솔한 대화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주요 경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더 이상 반기업 정서로 흐르지 않도록 기업인들의 양해를 구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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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부터 28일 이틀 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6시부터 15대 그룹 중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개 그룹과 호프타임 형식의 만남을 갖는다”고 밝혔다.

첫 날인 27일에는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8명이 참석한다.

다음날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7명과 만난다. 이틀에 걸쳐 기업인을 나눠 만나는 것은 그만큼 이들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소수로 집중적으로 듣기 위해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는 유일하게 양일 모두 참석한다.

홍 수석은 “기업인과 대화를 두 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이들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상생 협력에 관해 아주 허심탄회하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 경제팀을 포함한 내각 구성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도 나왔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서로 공유하고 진지하게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에게 경제정책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은 새 정부 경제정책 핵심 줄기인 만큼 이와 관련해 대기업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15대 그룹에 속하지 않는 '오뚜기'를 초청기업으로 삼으면서 이미 대화 주제가 어느 정도 결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오뚜기는 비정규직 '제로' 기업인데다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 우수한 중견기업으로 꼽힌다.

앞서 문 대통령은 “(나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친경영, 친기업이기도 하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역할해주면 업어주겠다”고 한 바 있다.

논의에 불씨를 지핀 '초고소득 증세'에 대해서도 '증세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해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동에는 발표자료나 행사 시나리오가 없다. 과거 형식적인 회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격의 없는 대화'를 지향했다. 먼저 행사 직전에는 야외에서 기업인과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관련 장관, 청와대 비서진과 스탠딩 차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실내로 이동해 본격적인 호프데이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홍 수석은 “대통령은 향후 노동계,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관련 분들과도 간담회도 별도로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모든 경제 주체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