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구호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 같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피와 땀으로 일하고, 자신은 빛을 얻지 못한다. 이 가운데 대표하는 이들이 학생연구원이다.

이들은 국가가 부여한 중요한 연구 활동을 직접 수행하면서도 신분상으론 학생이다. 과학계에 존재하는 이른바 파견 근로자인 셈이다. 일반 직업 연구원과 똑같이 일하고도 비정규직 대접을 받는다. 오히려 더 많이 일하고도 푸대접 받기 일쑤다. 결혼해서 자식을 둔 학생연구원은 자녀가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이들을 데려다 쓰면서 사실상 '열정 페이'를 강요했다. 정부 연구 인력 제한에 가로막혀 정직 연구원을 늘리진 못하니까 이들로 연구 공백을 메워 왔다. 출연연의 부름을 받은 '가난한' 예비 과학자들은 어엿한 과학자 또는 연구원이 될 수 있다는 미래를 갈구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연구 결과는 철저히 해당 출연연 또는 책임연구원 몫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우리 과학 현장의 슬픈 자회상이다.

정부가 이런 학생연구원의 처우·신분 문제 해결에 나섰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관 25개 출연연이 다음 달부터 학생연구원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는 활용할 수 없도록 '출연연 학생연구원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 시행에 들어간다. 학위와 별개로 출연연의 연구 과제에 참여하는 '기타 연수생'이 의무 체결 대상이다. 당장 전체 출연연 학생연구원의 43%에 해당하는 숫자지만 정부는 이 제도를 우리나라 전체 학생연구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학생연구원은 성장해서 우리나라 미래 과학의 기둥이 될 것이다. 이들이 상처 받고 홀대 받은 상처는 그 기둥이 됐을 때도 고스란히 남는다. 학생연구원들이 자존감과 긍지를 갖고 연구에 몰두할 때 우리 과학 수준은 올라갈 것이다. 미래 과학자인 이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대접이 달라질 때 우리나라 과학 수준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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