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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말까지 지하경제 양성화 일환으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신용카드사가 유흥업소 카드 매출액 10%를 떼어내 국세청에 대신 납부하는 게 골자다.

현행 부가세 납부 방식은 사업자가 매년 1월과 7월 부가세를 직접 국세청에 납부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가세 탈루가 상당수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세청 주도로 금융사가 부가세를 대리 납부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다.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물품을 결제하면 카드사는 그 대금을 카드 결제 발생일 후 이틀 이내 가맹 점주에 보낸다. 이때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만 가맹점에 건네고 부가세(결제액 10%)를 카드사가 직접 국세청에 내는 식이다.

그러나 부가세 대리 납부 도입을 앞두고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카드사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국세 수입 확충을 위해 부가세 체납이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금융회사 대리납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카드사·밴사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민간 카드업계는 부가세 대리 납부가 실효성이 없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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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막대한 시스템 교체 비용과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세부 실행 방안 도출 없이 국세청과 기재부가 정부 업무를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부가세 납부 정보를 통합 관리하려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그 비용만 최소 수십억원”이라면서 “막대한 비용과 인력 소요가 불가피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재부가 카드사에 잘못된 신고나 지연 신고 등에 따른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부과 업무에 책임까지 떠안는 형국이다.

카드 결제 거부 확산으로 국세청이 주장하는 세원 확보에도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우선 유흥주점에 대리납부제도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카드사가 대리 납부를 시행하면 가맹점에서 부가세 부담 문제로 현금 거래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유흥주점 가맹 점주는 “대리납부제도가 시행되면 가맹점 자금 유동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유흥주점 매출에는 비과세 대상인 봉사료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카드결제 금액만으로 부가세 산정이 어렵고, 누락·수정 등 정정 사유가 수시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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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 점주는 카드 승인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하고 신고하는 반면에 카드사는 카드전표를 매입한 시점에서 부가세액을 공제하게 돼 신고금액 간 불일치에 따른 민원 발생이 불가피하다.

기재부와 국세청 간에도 온도차가 있다. 기재부는 새 정부 출범 이전에 협의 과정에서 카드사와 밴사에 대리납부제도 도입이 불가능한 사유를 작성 제출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관계자는 “기재부가 초기에는 대리납부제도 도입에 부정 입장을 보이다가 새 정부 들어서면서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국세청의 주장에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반면에 국세청은 유흥주점 외에 주유소, 학원, 마트 등에 대리납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도 관련 내용을 다음 달 2일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라면서 “국정 과제에 포함된 정책인 만큼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세부 계획은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카드사 등 반발이 있는 만큼 관련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