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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희 국가기술표준원장.

내년 정식 발효되는 자동차 반도체설계 국제 표준인 'ISO26262 제2판'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국제 표준을 빠르게 대응해야 자율주행차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동희 국가기술표준원장은 26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자신문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공동 주최한 'ISO26262 제2판 국제표준 세미나'에 나와 “내년 정식 발효되는 ISO26262 제2판은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기 위한 핵심 국제 표준”이라면서 “국표원도 내년 국제표준이 발효되면 발빠르게 한국산업규격(KS) 표준으로 제정해 국내 자동차, 모듈, 반도체 업계 경쟁력 제고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ISO26262 제2판에는 약 200여쪽의 차 반도체 안전설계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담긴다”면서 “한국은 명실상부 반도체 강국이지만, 차 반도체 쪽에서는 아직 그 역량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 표준이 기술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련 산업계는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류 기업은 제품은 만들고 이류는 브랜드를, 일류는 표준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선진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경제 전반에 표준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데 새로운 표준에 적극 대응해 4차 산업혁명 등 신 시장을 창출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에 나온 연사들은 ISO26262 제2판에 새롭게 추가되는 차량 반도체 안전 설계 가이드라인에 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고병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책임연구원은 “ISO26262 제2판은 최초의 반도체 안전설계 표준을 담고 있다”면서 “기능안전에 관한 공통 해석이 절실하게 필요해 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게 보면 칩 고장률을 어떻게 계산하고 분석하는지가 핵심인데, 이를 정확하게 추출해낼 수 있다면 반도체를 공급받아 모듈로 제작하는 (보쉬 같은) 티어원 업체와 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장률 데이터 값을 제공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제품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가 선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정양 실리콘웍스 책임연구원은 “차 반도체 설계 가이드라인을 새로운 기술 장벽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 동안 완성차나 티어원 업계가 막연하게 요구해왔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이드라인에 들어가 있는 모든 요소를 다 집어넣으면 오히려 설계 효율과 완성칩 덩치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제품 종류와 쓰임새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영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프로세서연구그룹장은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 알데바란을 소개했다. 이 제품은 일부 프로세서 코어를 쌍으로 구성, 시간차를 두고 연산을 수행하게 해 에러 발생 여부를 감시한다. 권 그룹장은 “결함을 알아채는 것이 ISO26262 반도체 설계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라면 이를 위해서 어떤 안전 메커니즘을 넣는지, 그걸로 어떻게 분석하는지는 전적으로 개발사의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SK하이닉스, 퀄컴, 인피니언,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NXP, 멘토지멘스비즈니스, 시높시스코리아,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나와 ISO26262 표준과 선진 차량 반도체 설계 기술을 소개했다.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솔루션 업체인 엔시스와 계측기 전문업체 키사이트도 전시부스를 차리고 첨단 차량 반도체 설계, 계측 관련 솔루션을 소개했다.


김동호 국표원 기계소재표준과장은 “완성차와 부품, 소프트웨어, 반도체 업계에 ISO26262 제2판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 하겠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