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감사법인에게 '부적정 의견'을 받을 위기에 놓이면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회계 감사법인 PwC아라타는 도시바 미국 원자력 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가 일으킨 손실을 둘러싸고 '부적정 의견'을 내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wC가 부적정 의견을 최종 발표할 경우 이미 '상장 유지'를 놓고 심사 중인 도시바는 상장 폐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도시바가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사업(도시바 메모리) 매각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든 SK하이닉스 진영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은 지난달 매각 우선 협상자로 선정돼 이달 말 최종 계약을 타진했다.
PwC가 문제로 삼는 것은 WH가 2015년 12월 인수한 미 건설사의 공사 손실 준비금 6000억 엔(약 6조원)의 회계 처리다. 손실은 인식한 시기에 계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도시바는 WH의 보고가 있었던 작년 12월 손실을 계상했다고 주장하지만 PwC는 이를 문제 삼고 있다.
PwC는 이러한 손실이 2015 회계연도 결산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도시바에 전했다. 당시 입수 가능한 정보가 적절하게 분석되지 않았으며, 이는 오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5 회계연도 결산 감사는 PwC가 아니라 신일본감사법인이 맡은 점도 걸림돌이다.
회계처리에 잘못이 있을 경우 신일본이 당시 감사보고서를 정정할 필요가 있다. PwC와 신일본은 협의에 들어갔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PwC는 도시바의 2016 회계연도 결산도 '의견 불표명'을 고수 중이다. 도시바는 주주총회 시기인 6월 감사 의견을 받을 수 없다며 유가증권보고서 제출 기한을 8월 10일로 연기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감사 법인의 보장이 없을 경우 상장 폐지 여부를 검토한다. 이에 따라 도시바의 2016 회계연도 유가증권보고서에 PwC가 '부적정 의견'을 낼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도쿄증권거래소의 판단에 따른 상장 폐지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이 경우 '상장 유지'를 위해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려던 도시바 계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일본 감사법인이 내는 의견은 '적정' '한정적 적정' '부적정' '불표명' 4가지다. 불표명, 부적정일 경우에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 폐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만 부적정 의견만으로 기업이 상장 폐지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도시바 주식은 2015년 발각된 회계조작 문제로 이미 상장 유지를 놓고 심사를 받고 있다. 부적정 의견이 되면 이 심사에 영향을 미쳐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도시바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 대금으로 2년 연속 채무 초과를 해소해 상장 폐지를 피하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상장 폐지가 가시화하면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줄어든다.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려는 한미일 연합은 여러 변수를 지켜봐야 할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