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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책임연구원

전기자동차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 분야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적지 않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전기차와 관련해 몇 가지 고찰을 함께 나누고 싶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기차는 친환경 차량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전기차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전기의 대부분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자동차 전문 학술지 '오토저널'에 보고된 '웰 투 휠 분석(유전에서 자동차 바퀴까지의 에너지 전 주기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전기를 활용하는 전기차에서 유사하거나 더 많이 나온다. 전기차가 정말 친환경 자동차가 되려면 전기를 태양열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각 나라의 상황이 반영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이 전기차 우대 정책을 펴는 이유는 1차로 대도시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 때문이다. 그러나 내연기관에 비해 축적된 노하우에 영향을 적게 받는 전기차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거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독일에서도 내연기관을 금지하는 법안을 일부 정당에서 발의했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실제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셋째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급변할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적다. 이로 인한 영향 평가와 산업 구조 개편의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현재 전기차가 소비자에게 매력을 끄는 이유는 차 구입 보조금과 전기가격 특혜 때문이다. 보급 대수가 폭증해도 보조금과 전기가격 특혜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아직까지는 전기차가 시장 경제 논리로 맞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다섯째 전기차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퇴근 후 밤 시간대에 배터리를 충전, 국가 잉여 전력을 효율 높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국내 잉여 전력이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심야 시간대의 잉여 전력 활용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

여섯째 많은 사람이 전기차 보급으로 대기 오염 물질 및 지구 온난화 물질이 크게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염 물질의 대량 발생원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 차량이라는 점과 전기차의 주 보급 대상은 승용차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일부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다. 이것은 세계 및 시대 흐름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우리의 모든 환경 문제를 당장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맹신하고 전기차 보급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제한된 세금을 적재적소에 써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많은 세금의 지원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우리 현실에 입각해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부터 전기차 도입 지역, 차종,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까지 심도 있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김홍석 한국기계연구원 그린동력연구실 책임연구원 hongsuk@kimm.re.kr